삼성·애플 소송 재판장 "보고서 없는 내용" 강도 높은 경고
29일(현지시간) 삼성·애플 2시간씩 최후변론 후 배심원 평의 착수
[아시아경제 김유리 기자] 삼성·애플 간 2차 특허소송의 재판장이 삼성 측 전문가 증인이 소송 절차를 위반했다고 판단해 해당 진술을 증거에서 배제했다. '데이터 태핑 특허(647 특허)'가 막판 변수로 떠오르면서 양측이 1시간씩 더 얻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일어난 일이어서 배심원 평결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28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북부 연방지방법원 새너제이지원의 루시 고 판사는 증인신문 과정에서 삼성 측 증인 케빈 제피 노스캐롤라이나대 교수의 진술을 중단시키고 증거 능력을 무효화했다. 이어 20여분에 걸쳐 삼성 측 변호인단에 엄중히 경고했다. 제피 교수가 재판 전에 법원에 제출한 감정 보고서와 다른 내용을 법정에서 진술했다는 판단에서다. 사실이라면 이는 소송절차 위반이다.
문제가 된 제피 교수의 발언은 애플이 보유한 647 특허의 해석에 관한 것이었다. 2012년 애플과 모토로라 간 소송 1심에서 일리노이북부 연방지방법원 리처드 포스너 판사는 데이터 태핑 기술은 별도 서버에서 구현되는 것이라는 요지의 해석을 내린 바 있다. 지난 25일 항소심 결정에서 연방항소법원도 이 해석을 유지했다.
이번 재판에서 제피 교수는 삼성 안드로이드 단말기에는 데이터 태핑 관련 기술을 구현하는 별도 서버가 없다고 주장했었다. 문제가 된 제피 교수의 이날 발언은 '포스너 판사의 해석을 그간 자신의 판단 근거로 삼았으나 삼성 대 애플 사건을 다루는 새너제이지원 재판부가 이를 언급하지 못하도록 했다'는 취지로 한 발언이었다. 고 재판장은 제피 교수의 진술을 중단시킨 후 책상을 치면서 "보고서에 그런 부분은 없었다. 보고서에 없는 부분은 (증거 채택에서) 배제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또한 삼성 측 변호인들이 제피 교수가 이 같은 발언을 하게끔 부추긴 것 아니냐며 변호인들을 20여분에 걸쳐 강도 높게 추궁했다. 고 재판장은 해당 시점까지 제피 교수가 진술했던 내용을 증거로 고려하지 않도록 배심원들에게 재판장 직권으로 지시한 후 제피 교수를 다시 증언대에 세웠다.
한편 이날 고 판사는 삼성·애플 변호인들이 참석한 가운데 양측이 각각 낸 평결불복법률심리(JMOL) 신청을 기각했다. 이에 따라 이번 재판 평결은 판사의 개입 없이 배심원 판단에 따라 내려지게 됐다. 고 재판장은 "모든 쟁점은 배심원단이 판단토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29일 양측은 각 2시간씩 최후 변론을 편다. 배심원들은 29일 최후 변론이 끝난 후 평의에 착수하며, 4월 말에서 5월 초 평결을 내릴 것으로 예상된다.
김유리 기자 yr61@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