죽마고우 코치진·루니 등 중용…"전성기 공격축구 선보일 것"
아시아경제 김흥순 기자]"퍼거슨 전 감독 시절로 팀을 되돌려놓겠다."
라이언 긱스(43)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이하 맨유) 감독대행의 각오다. 임시 사령탑이지만 추구하는 목표와 방향은 분명했다. 맨유의 전성기를 이끈 알렉스 퍼거슨(73)의 팀 정신이 그가 길러낸 애제자를 통해 부활했다.
맨유가 모처럼 제 모습을 보였다. 27일(한국시간) 올드 트래포드에서 열린 노리치 시티와의 정규리그 홈경기에서 4-0으로 크게 이겼다.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51)이 해임된 뒤 감독대행으로 지휘봉을 넘겨받은 긱스는 데뷔전에서 인상 깊은 승리를 이끌었다. 익숙한 유니폼 대신 까만 양복에 빨간 넥타이를 맨 지도자 긱스의 첫 출발에 홈팬들도 격려를 아끼지 않았다.
긱스는 리그 네 경기를 남기고 어려움에 처한 팀을 물려받으면서 공격적인 축구를 선보이겠다고 약속했다. 퍼거슨 감독과 마찬가지로 상대를 압박하고 경기를 지배하는 방식을 택하겠다는 공언이다. 더불어 폴 스콜스(40), 니키 버트(39), 필립 네빌(37) 등 맨유에서 전성기를 함께한 동료들을 코칭스태프로 낙점하며 어수선한 분위기를 수습하는데 주력했다. 1987년 맨유 유소년 팀에 입단한 뒤 1990년 1군에 데뷔한 긱스는 14년 동안 962경기(168골)에 출전하며 퍼거슨 감독의 철학을 가장 잘 이해한 선수였다. 감독대행으로 부임한 뒤 가장 먼저 전화를 걸어 조언을 구한 이도 퍼거슨 감독이다.
긱스는 데뷔전에서 퍼거슨 감독이 중용하던 웨인 루니(29), 파트리스 에브라(33), 리오 퍼디난드(36) 등 베테랑 멤버들을 중심으로 선발 명단을 꾸렸다. 모예스 감독 시절 합류한 후안 마타(26)를 교체로 돌리고, 마루앙 펠라이니(27)를 명단에서 제외한 대신 출전 기회가 적었던 가가와 신지(25)와 대니 웰벡(24)도 선발로 내세웠다. 기존 선수들에게 힘을 실어 차별화를 노렸다.
효과가 있었다. 맨유는 전방에서부터 상대를 압박하며 빠른 패스로 경기를 풀어나갔다. 점유율(61%-39%)에서 우위를 점한 뒤 슈팅수에서 노리치를 25-9로 압도했다. 유효슈팅(골대로 날아간 슈팅)은 열한 개였다. 웰백은 페널티킥을 얻어 루니의 선제골을 도왔고, 가가와도 정확한 패스로 루니의 추가골을 어시스트했다. 맨유는 지난해 10월 30일 노리치와의 캐피털원컵 16강전(4-0 승) 이후 무려 6개월 만에 안방에서 네 골차 승리를 따냈다. 긱스는 "선발 명단을 짜느라 잠을 못 이뤘다. 올 시즌 우리 팀은 맨유다운 모습을 보이지 못했지만 오늘만큼은 달랐다"고 만족스러워했다.
맨유가 지난달 29일 아스톤 빌라(4-1 승)와의 경기 이후 정규리그에서 세 경기 만에 승리를 거두자 올드 트래포드가 다시 들썩였다. 영국 축구 전문매체 '골닷컴'은 실시간 중계를 통해 "긱스 감독이 지휘하는 맨유를 보며 향수를 느낀 홈팬들이 스콜스와 박지성(33)의 응원가를 부르고 있다"고 전했다.
긱스를 정식 감독으로 임명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퍼거슨 감독은 "긱스는 맨유에서 20년 이상 있었다. 그는 선수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정확히 알고 있다"며 힘을 실었다. 루니 역시 "긱스는 충분한 자격을 갖췄다"고 했다. 그러나 가디언과 데일리메일, 더선 등 영국 주요 언론은 맨유가 루이스 판 할(63) 네덜란드 대표팀 감독과 사령탑 계약을 마쳤다고 보도했다. 구단에서는 아직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긱스는 "지금은 남은 경기에만 집중해야 한다"며 말을 아꼈다.
김흥순 기자 spor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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