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매 살아나 실적 늘고 있었는데…싼수수료·편리함에 고객 빼앗길까
[아시아경제 조은임 기자] 국내 첫 온라인 펀드 판매 채널인 펀드 슈퍼마켓이 개장하면서 은행권 펀드 판매 창구에 '비상등'이 켰다.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펀드 판매에 총력을 다 해오던 은행에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은행권 펀드 판매 실적은 지난해 바닥을 쳤다가 올해 겨우 회복세를 보이던 상황. 시중은행 펀드판매 담당자들이 벌써부터 펀드 슈퍼마켓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28일 금융투자협회와 시중은행들에 따르면 올해 은행권 펀드 판매 실적은 반등세를 기록 중이었다.
국민·신한·우리·하나·기업·외환 등 6개 시중은행의 펀드 판매 잔고는 지난해 말 63조7701억원을 기록해 2012년말 63조7970억원보다 269억원(0.04%) 감소했다. 지난해 주가가 곤두박질 치면서 펀드 투자가 줄어든 탓이다. 하반기 주가가 소폭 회복되면서 그간 손해를 보단 투자자들이 대량 환매에 나서면서 펀드 판매 잔고가 감소했다.
하지만 올들어 펀드 판매 실적은 회복세를 보였다. 지난 2월말 펀드 잔액은 64조7162억원으로 지난해말 대비 1.46%(9461억원) 증가했다. 특히 우리은행은 지난2월 10조5559억원을 기록하면서 두 달새 7683억원이나 잔고가 늘었다. 기업(2186억원), 하나(1594억원), 외환은행(920억원)도 펀드 판매액이 증가했다.
은행권에서는 비이자수익 확대를 위해 펀드 판매에 총력을 다한 결과라면서도 기대에는 못 미친다는 반응이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금융위기 이후 주식시장이 침체되면서 펀드 역시 함께 침체기를 겪고 있다"며 "박스권에서 주가가 움직이는 데다 미국 양적완화 축소 등 잠재적인 리스크가 상존해 있어 회복세를 말하긴 이르다"고 설명했다.
이런 은행권에 지난 24일에 문을 연 '펀드 슈퍼마켓'은 위협적인 경쟁자가 될 수 있다. 국내 52개 자산운용사가 판매하는 펀드 900여개를 온라인으로 구매할 수 있는데다 수수료도 오프라인보다 3분의1 가량 저렴하기 때문이다. 이를 증명하듯 개장 첫 날 우리은행과 우체국에 개설된 계좌는 1600여개에 달했다.
시중은행 펀드 담당자들은 중장기적으로는 펀드 슈퍼마켓이 은행 펀드판매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것으로 평가했다. 단 국내 온라인 펀드 시장이 전체 펀드 시장의 1%에 불과한 만큼 단기적으로는 영향이 미미할 것이라고 봤다.
A은행 펀드 담당자는 "기존은행에서 상담을 받고 펀드를 구매하는 것에 익숙했던 고객들이 온라인 상에서 도움없이 상품을 선택하는게 당분간은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온라인 금융상품 구매가 늘어나는 추세인 만큼 펀드 슈퍼마켓이 대중화된다면 은행에 상당히 위협적인 존재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은행들은 온라인 금융거래가 대세를 보이는 만큼 이에 따라가겠다는 입장이다. B은행 펀드 담당자는 "은행들도 온라인 화상상담 시스템을 만드는 등 맷집을 키우는 방향으로 고민을 하고 있다"며 "펀드 슈퍼마켓이 인기를 끈다면 금융권에서 수수료를 인하하는 등 고객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변화가 있지 않을까 한다"고 전했다.
조은임 기자 goodni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