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국민 뒤흔든 초대형 참사에 경제도 치명타
기업들 행사 취소하고 신제품 출시 마케팅도 잇따라 자제
[아시아경제 김민진 기자] 세월호 참사로 전국민이 슬픔에 빠진 가운데 회복세를 보이던 내수 소비도 위축되고 있다. 백화점 등 대형 유통업체 실적이 증가 둔화세나 하락세를 이어가고 있고, 각종 모임이나 여행 등도 줄줄이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기업들도 계획했던 행사나 신제품 출시에 따른 마케팅 활동 등을 극도로 자제하는 분위기여서 국가적 재난사고가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만만치 않을 전망이다.
특히 다음달 1∼11일 최장 11일간 이어지는 쇼핑주간 특수를 노렸던 대형 유통업체나 호텔 등 숙박업체, 리조트 업계 등의 타격은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현재 상황은 내색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니다.
주요 백화점들은 지난 주 끝난 정기세일 막판 사흘 주말 실적반등을 기대했지만 전국이 애도 분위기에 휩싸이면서 실적이 전년과 비교해 다소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이른 더위와 혼수시즌으로 인해 여름ㆍ혼수상품 매출은 그나마 호조를 보였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4∼20일 전 점포의 매출신장률을 분석한 결과 지난해 봄 세일때 보다 매출이 7.7% 늘었다고 밝혔다.
국민들이 쇼핑을 자제하면서 아웃렛의 경우도 개장 후 1년이 채 안된 이천ㆍ부여ㆍ서울역 아웃렛을 제외한 기존점 매출 신장률이 3.8%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봄 세일의 전년 동기 매출 신장률인 5.7%보다 감소한 것이다.
현대백화점은 같은 기간 매출이 기존점 기준 3.3% 늘었다고 밝혔지만 지난해 봄 세일 때 8.3% 신장세를 보인 것과 비교하면 뚜렷한 둔화세가 나타났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지난해 봄 세일 매출 대비 2.0%의 신장률을 기록하는데 그쳤다. 지난해 봄 세일 매출은 2012년에 비해 8.0% 증가했다.
신세계백화점 관계자는 "본격적인 나들이 철을 맞아 스포츠ㆍ골프 의류 매출은 오랜 만에 활기를 띠었으나 여객선 침몰 사고 이후 방문자수가 줄며 다소 분위기가 침체됐다"고 설명했다.
백화점들은 다음달 1일부터 시작되는 황금연휴와 중국 노동절 기간에 맞춰 할인 혜택 및 경품 증정 등 다양한 행사로 판촉을 벌일 예정이지만 엄숙한 사회 분위기를 고려해 지나친 판촉전은 자제할 방침이다.
사고 실종자와 사망자 소식이 이어지던 지난 주말 CJ오쇼핑 매출이 전주 주말보다 20.0% 줄어드는 등 홈쇼핑 업체의 실적은 대부분 두자릿수 감소했다. 홈쇼핑 업계는 국민적 애도 분위기를 고려해 여행 레저 관련 상품 방송을 잠정 보류했다.
극장을 찾는 발길도 줄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지난 16~21일까지 영화관을 찾은 관객수는 136만2803명으로 지난주 같은 기간(9~14일)보다 32.6% 감소했다고 밝혔다.
특급호텔에 잡혀있던 공공기관이나 기업체 행사도 잇따라 취소되거나 연기되고 있다. 롯데호텔의 경우 다음달까지 10개 이상의 행사가 취소되거나 미뤄졌는데 이 중 정부 주관 행사 취소가 가장 많았다.
서울 웨스틴조선호텔, 그랜드힐튼호텔 등 다른 호텔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쉐라톤그랜드워커힐이 어버이날을 맞아 마련한 공연을 취소하는 등 특급호텔의 공연도 취소됐다.
전국이 애도 물결에 휩싸여 회식이나 대외활동을 자제하면서 술 소비량도 급격하게 감소했다. 편의점 씨유(CU)는 참사가 발생한 지난 16일 이후 20일까지 주류 매출이 전주 실적에 비해 3.4% 줄었다고 밝혔다. 세븐일레븐도 3.6% 감소했는데, 특히 양주와 와인류 매출 감소폭이 컸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최근 상황에서 매출이나 실적을 얘기하는 자체도 조심스럽다"며 "사회적 애도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어 당분간 소비 침체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김민진 기자 enter@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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