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도=아시아경제 김봉수 기자]
"어이구 어떡하나, 나 이제 어떡하나."
인천발 제주행 여객선 세월호 침몰 사건 3일째를 맞아 밤새 시신 10여구가 속속 발견되면서 혹시나 하는 기대를 안고 가족들이 모여 있는 전남 진도군 진도읍 진도체육관이 깊은 슬픔에 빠져들고 있다.
체육관에 모인 가족들은 현재 진도군 측에서 급히 준비한 얇은 매트리스와 담요에 의지해 체육관에서 하룻밤을 보낸 상태다. 하지만 대부분의 유족들이 밤새 잠을 이루지 못한 채 뉴스를 지켜보거나 멍하니 하늘을 쳐다보는 등 뜬눈으로 밤을 지샛다.
일부 가족들은 배 안에 갇혀 있을 아이들의 고통을 덜어 주지 못하고 있다는 자책감에 곳곳에서 흐느끼고 있었다. 전남도나 진도군, 종교 단체, 자원봉사 단체, 이동통신회사 등에서 체육관에 모인 가족들을 위해 휴대폰 무료충전과 심리지원상담 등 여러가지 지원을 하고 있었지만 가족들의 신경은 온통 배 안에 있을 아이들이나 가족들의 안위에 쏠려 있었다.
그나마 전날 박근혜 대통령이 다녀간 후 구조 당국에서 부랴 부랴 설치한 대형 스크린을 통해 구조 현장이 중계되고, 해경 등에서 구조 현황을 가끔 직접 브리핑하는 바람에 현장 상황을 알지 못해 답답해하던 가족들이 다소 안정을 찾은 듯 했었다. 가족들은 전날 언론의 오보와 구조 작업 지연 등에 화가나 체육관내 집기를 뒤업고 분신 소동을 버리는 등 극도로 흥분해 있던 상태였다.
그러나 전날 저녁때부터 자정 무렵까지 시신 16구가 추가로 발견되면서 잠시 차분해졌던 체육관은 '지옥으로 가는 매표소'로 변해버렸다.
구조당국에서 시신의 신원을 확인한 후 한명 한명 발표할 때 마다 해당 가족들은 비명을 지르며 주저 앉아 오열하고 있다. 때로는 가족들 중에 현장에 나가 있는 사람들이 먼저 다른 학생들의 신원ㆍ신체적 특징을 확인한 후 현장에 알려와 해당 가족들이 부랴 부랴 팽목항 또는 시신이 안치된 병원 안치소로 달려가는 모습도 목격되고 있다.
새벽 3시 넘어선 전화를 받은 한 학부모가 "김**학생 부모님 있냐? 남자아이다"라고 외치자 이를 들은 해당 학생의 학부모는 그 자리에서 기절하듯 쓰러졌고, 대기하던 군 응급 처치반이 출동해 겨우 안정시켜 휴식을 취하도록 하는 일도 있었다.
또 오전3시45분쯤엔 자정께 발견된 시신 5구 중 3명의 명단이 해경 담당자에 의해 발표됐고, 여기에 포함돼 있던 안산 단원고 2학년 이모양의 어머니는 가슴을 부여잡고 오열해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이모양의 어머니는 길게 오열할 틈도 없이 부랴 부랴 짐을 챙겨 싸늘하게 식은 자식이 누워 있는 병원으로 가야만 했다.
한편 구조 현장에선 밤새 조명탄을 쏘긴 했지만 짙은 안개로 거의 앞이 안 보이는 상황이어서 관계자들이 애를 먹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또 구조가 가능할 만큼 물살이 약해지는 정조 시간도 매우 짧은 데다 시야가 거의 확보되지 않아 잠수사들이 수차례의 시도에도 불구하고 배안에 접근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새벽 수습된 시신들도 대부분 조류의 변화에 따라 배 밖으로 흘러나와 발견된 것으로 전해졌다.
해경 관계자는 가족들에게 "조명탄을 쏴도 앞이 안 보여서 시신 수색에 애를 먹고 있다"고 말했다.
김봉수 기자 bs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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