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유수경 기자]대한민국을 대표하던 '미녀 배우' 김희선이 미모 대신 진정성 있는 연기를 택하며 승부수를 던졌다. '참 좋은 시절' 속 김희선에게서 1990년대 안방을 휘어잡던 말괄량이 미녀의 모습을 찾아보긴 힘들다.
김희선은 현재 KBS2 주말극 '참 좋은 시절'에서 차해원 역을 맡아 활약 중이다. 한때 경주 최고의 집안의 둘째딸로, 자타공인 '퀸카'였지만 집안의 몰락으로 생계형 대부업자가 된 인물이다.
아버지 죽음의 비밀을 밝혀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해원은 첫사랑 강동석(이서진 분)과도 가슴 아픈 재회를 하게 된다. 하지만 집안끼리 엮여있는 갈등구조 때문에 동석을 향한 마음을 숨긴 채, 가슴앓이를 한다. 복수를 위해 대부업체 오너 오승훈(박주형 분)에게 접근하는 해원을 보며 동석 역시 분노와 안타까움을 감추지 못하는 상황이다.
김희선은 '참 좋은 시절'에서 복수를 꿈꾸는 '억척녀'로 변신해 지금까지와는 180도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과거 '프로포즈' '미스터 큐' '토마토' 등에서 뭇남성들의 사랑을 한몸에 차지하는 예쁜 여주인공을 연기했던 그는 패션, 헤어스타일 모든 면에서 시청자들의 '워너비'로 떠오른 바 있다.
그러나 '참 좋은 시절' 속 김희선은 다르다. 화장기 없는 얼굴에 머리를 질끈 묶고, 의상 역시 너무나 수수하다. 아무리 나이를 잊은 동안이라지만 '저렇게 안 꾸며도 되나' 싶을 정도로 소탈한 모습으로 등장한다. 타고난 미모마저도 가릴 정도다.
첫회부터 거친 액션 연기를 선보였던 그는 누구에게도 지지 않는 강인한 면모로 카리스마를 발산했다. 육두문자도 거침없이 쏟아내고 복수를 위해서라면 물불 안 가리는 그이지만, 내면에는 애절한 사랑과 여린 여자로서의 속내도 함께 품고 있다.
사람과 세상에 상처 받고, 가족들과도 서로 뜻을 나누지 못하는 사이이기에 김희선이 연기하는 해원은 절대적으로 혼자다. 고독한 싸움을 해나가는 그를 보며 많은 시청자들은 뜨거운 응원과 지지를 보내고 있다.
김희선은 안방극장 복귀를 앞두고 수많은 미니시리즈 러브콜을 받았다. 이른 저녁 시간대의 주말극을 선택한 그를 보며 많은 이들은 의아함을 표했다. 그러나 김희선은 일찍 잠자리에 드시는 부모님을 위해 늦은 시간이 아닌 저녁 시간에 방송되는 주말극을 선택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송 초반 김희선은 때아닌 사투리 연기 논란 등이 불거져 마음 고생을 해야 했다. 하지만 자신을 걱정하는 주변 사람들 때문에 힘든 내색을 하지 않고, 더욱 열심히 촬영에 임했다는 후문이다.
'참 좋은 시절' 관계자는 "시대를 풍미했던 톱스타 김희선이 대본을 손에서 놓지 않고 최선을 다해 연기하고 있는 모습을 볼 때 적지 않은 감동을 느낀다"고 말했다.
누구보다 가족을 생각하고, 어려운 상황을 혼자 돌파해나가는 씩씩한 차해원의 모습은 곧 김희선의 실제 모습과도 이어져 있는 듯하다. 어쨌거나 김희선의 변신은 참 보기 좋다.
유수경 기자 uu84@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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