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8억명 이상의 유권자가 참여하는 인도의 16대 총선이 지난 7일(현지시간) 시작됐다.
미국의 경제주간지 블룸버그비즈니스위크는 다음달 12일까지 한 달여 간 진행되는 이번 총선에서 누가 총리로 선출되느냐에 따라 인도의 미래가 결정된다고 최근 보도했다. '경제성장이냐 복지확대냐'라는 갈림길에서 인도의 나아갈 길이 정해진다는 말이다.
현재 집권 여당인 국민회의당(INC)의 라훌 간디 부총재(43)와 제1야당 인도국민당(BJP)의 나렌드라 모디 구자라트주(州) 총리(63)가 유력한 총리 후보다. 두 후보는 나이뿐 아니라 성장배경과 추구하는 정책방향에서도 차이가 크다.
간디 부총재는 총리를 3명이나 배출한 네루ㆍ간디 가문 출신으로 미국 하버드 대학에서 수학한 젊은 엘리트 정치인이다. 그는 현 정부가 힘 쏟고 있는 복지정책 확대를 공약으로 내세우고 있다.
모디 주(州) 총리는 빈민가 출신으로 자수성가한 인물이다. 그는 지역경제 살리기에 이골이 난 인물로 유명하다. 지난 12년 동안 구자라트 주지사로 일하며 지역경제 성장을 책임진 만큼 이번 총선에서 그의 공약 초점은 분배ㆍ복지보다 성장과 친기업 환경 조성에 맞춰져 있다.
구차란 다스 전 프록터앤갬블(P&G) 인도법인 대표는 "양당의 승부가 국민이 무엇을 우선시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것"이라며 "한쪽은 경제성장을 중시하고 다른 한쪽은 빈민구제를 우선시 한다"고 전했다.
두 후보의 승부에 결정적 영향을 미칠 변수가 하나 더 있다. 그것은 바로 인도의 경제 현황이다. 현재 인도 경제는 성장이 주춤해진 상태다.
2007년만 해도 인도는 연간 두 자릿수 성장률을 기록할 정도로 성장엔진이 강력했다. 그러나 올해 성장률은 5%에도 못 미쳐 10년만의 최저 수준으로 떨어질 판이다. 인도 루피화(貨)의 약세 속에 재정적자는 우려할만한 수준으로 많아졌다.
NDTV 등 각 매체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모디 주총리의 인도국민당이 집권당보다 우세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경제성장에 대한 인도 국민의 기대가 반영된 것이다.
두 후보의 정책방향은 인도 태생인 두 석학의 상반된 접근방식과 맞물려 있다. 1998년 노벨 경제학 수상자인 아마르티아 센 하버드 대학 경제학과 교수는 인도 경제가 추락한 원인을 '분배의 실패'에서 찾았다. 반면 자그디시 바그와티 컬럼비아 대학 교수는 성장우선정책이야말로 추락하는 인도 경제를 살릴 수 있다고 주장한다.
인도 국민이 어느 쪽을 택하든 인도는 이제 불투명하고 방향 없는 정책에서 탈피하게 될 것이라는 기대가 고조되고 있다. 지난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인도 경제가 꾸준히 성장하려면 각종 규제와 정책의 불확실성부터 해소돼야 한다고 지적한 바 있다.
이번 총선 개표 작업은 다음달 16일부터 진행된다. 이때 인도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을 가늠할 수 있게 될 것이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