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승미 기자]동국제강이 '무역 제소' 카드를 꺼내든 까닭은 중국산 H형강의 내수시장 잠식이 위험수위에 도달했기 때문이다. 중국산 H형강 수입량은 2000년 3만4000여t에 불과했지만 지난해 62만1988만t으로 20배가까이 증가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산이 국내산에 비해 t당 10만원 이상 저렴한 가격을 무기로 내수시장을 공략하고 있다"면서 "1~2월 집계된 중국산 수입량과 국내산 내수 판매량이 비슷한 수준"이라고 말했다.
8일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중국산 H형강 수입량은 올해 1월 10만2050t, 2월 7만508t을 기록했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9만4031t 대비 83% 증가한 것이다. 업계에서는 3월 수입량까지 추산하면 30만t이 넘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1분기 수입량이 30만t이 넘는 것은 통계 집계 이후 처음이다.
여기다 중국의 무성의한 태도가 또다른 원인이 됐다. 중국 대형 철강업체들은 지난해 10월 국내 업체들의 요청을 받아들여 자율적인 수출 제한을 약속했지만 제대로 지키지 않았다. 앞서 중국 측은 2012년 무역 마찰을 피하고자 수출 쿼터제를 약속했다가 무위로 돌아갔다. 당시 현대제철은 중국산 H형강에 대해 무역 제소와 관련해 법률적 검토를 하기도 했다.
그동안 업계에서는 중국산 저가 수입 H형강을 막기 위해 다양한 방법을 써왔다. H형강에 KS 인증 마크를 도입하거나, 규격에 맞는 중국산 수입품을 마진 없이 파는 '직수입' 제도를 도입해 맞불작전을 펼치기도 했다. 하지만 개별 업체의 대응보다는 반덤핑 제소와 같은 정책적 공조 등 근본대책 마련이 필요하다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다.
정부는 일단 철강 업계의 뜻을 최대한 존중하겠다는 방침이다. 산업통상자원부 철강화학과 관계자는 "국내 업체들이 중국을 제소하겠다는 뜻을 밝힌 걸로 알고 있다"면서 "정식으로 제소장에게 접수되면 무역위원회에서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반덤핑 제소는 이해 당사자의 제소신청이 접수된 후 무역위원회에서 조사개시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무역위원회는 덤핑 여부와 국내 산업피해 정도를 판단해 예비판정 절차를 거친다. 이후 무역위원회의 최종 판정이 내려지고 최종적으로 기획재정부가 해당 품목에 반덤핑 관세를 부과하게 된다.
김승미 기자 ask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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