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연미 기자]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와 현오석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2일 "한은과 정부의 경제인식 공유가 필요하다는 데에 공감한다"며 한 목소리를 냈다. 지방선거를 앞둔 4월과 5월 기준금리의 방향을 주목하게 만드는 발언이다.
이날 오후 소공동 한은 본관에서 이뤄진 두 사람의 상견례는 현 부총리의 요청으로 이뤄졌다. 당초 30분으로 예정됐던 만남은 40분을 훌쩍 넘긴 시각까지 계속됐다.
브라질 출장을 마치고 오전에 한국에 도착한 현 부총리는 이날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만남을 청한 것으로 알려졌다. 여독이 풀리지 않은 상기된 모습이었지만, 취임 선물까지 꼼꼼하게 준비하는 성의를 보였다. 현 부총리는 "빈손으로 올 순 없어서 어떤 선물을 드리면 좋을까 고민을 했다"면서 이 총재의 초상화를 선물로 건넸다. 재정부 관계자들도 모르게 부총리가 직접 준비한 깜짝 선물이다.
훈훈한 분위기 속에 현 부총리는 "다 같은 생각이겠지만, 이 총재는 우리 경제에 대한 통찰력을 갖춘 훌륭한 분"이라면서 "물가와 고용, 지속적인 성장, 위기관리에 대한 균형잡힌 시각과 리더십을 갖고 있다"고 칭찬했다. 경기부양을 위한 한은의 역할을 에둘러 강조한 셈이다.
현 부총리는 이어 "경제에 대한 인식을 같이 하며 조화를 이루도록 노력하겠다"면서 "한은 74 입행(1974년 입행)"이라는 말로 해묵은 인연을 강조하기도 했다. 이 총재의 입행년도는 1977년이다. 현 부총리의 재직 기간은 채 1년이 되지 않지만, 입행 년도로 따지면 이 총재의 3년 선배인 셈이다. 한은은 수직 서열관계가 뚜렷한 조직이다.
발길을 돌리며 현 부총리는 "물가 수준 등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고 밝혔지만, 요사이 경제 상황 전반에 대한 의견이 오갔을 것으로 보인다. 한동안 행사하지 않은 열석발언권 행사 가능성을 묻자 "아직 고려해보지 않았다"고 답변했다.
두 사람의 만남 이후 한은 측은 "최근 경제 상황과 정부와 중앙은행 사이의 정책조화 등에 대한 논의가 이뤄졌다"고 밝혔다. 또 "경제 운용에서 상호 존중을 바탕으로 재정 등 정부의 경제정책과 통화정책간 조화를 이뤄 경제의 안정적 성장을 뒷받침하도록 노력하기로 했다"고 덧붙였다.
상견례를 마친 이 총재의 표정은 만남이 시작될 때만큼 밝지 않았다. 이 총재는 "주로 덕담이 오갔고, 경제인식을 공유할 필요가 있다는 데에 공감대가 있었다"면서 "한은과 정부의 경제인식에 갭이 크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밝혔다. 이 총재는 아울러 "필요시 언제든 부총리와 만나겠다"고 말했다. 기획재정부 장관이 한은을 직접 찾은 건 2009년 윤증현 전 장관의 방문 이후 5년 만이다.
박연미 기자 change@asiae.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