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선미 기자]미국 기업들이 세금 회피 등의 목적으로 지난해 해외에 쌓아둔 현금만 1조달러에 육박하는 것으로 드러났다.
영국 일간 파이낸셜타임스(FT)는 지난달 31일(현지시간)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의 분석 자료를 인용해 미국 기업들의 역외 현금 축적 규모가 9470억달러에 이른다고 보도했다. 2012년 보다 액수가 13% 증가했다.
미 기업들의 보유 현금 규모 총액은 지난해 1조6400억달러를 기록, 이 역시 2012년 현금 보유액의 12%에 해당하는 1800억달러가 늘었다. 2007년 현금 축적액의 두 배 수준이다.
기업들은 해외에서 번 돈을 굳이 높은 비율의 세금을 부담하면서까지 본국으로 송환하려 하지 않는다.
FT는 기업들이 해외에 많은 현금을 쌓아두고 있다는 얘기는 불확실한 금융시장 환경에서 기업들이 사업 확대와 배당 등을 통한 주주 이익 극대화에 소극적인 모습을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전했다. 미국에서의 투자 수익이 높지 않다는 점도 기업들의 역외 현금 축적에 한 몫 한다고 덧붙였다.
미 기업들의 역외 현금 축적액의 절반 가량은 애플, 아마존, 구글을 비롯한 정보기술(IT)·인터넷 업종에서 나온다.
IT·인터넷 기업들이 미국의 세금제도가 다른 국가들에 비해 경쟁력이 떨어진다면서 적극적으로 세제 개혁을 촉구하는 이유다. 최근 미국 실리콘밸리의 IT·인터넷 기업들은 로비그룹을 결성하고 세금회피 비난을 받는 다국적 기업을 옹호하는 내용의 의견서를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제출하기도 했다.
박선미 기자 psm82@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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