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단면만 부각돼 지역 법조계에 대한 비난으로만 확대된 점 아쉬워"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허재호 전 대주그룹 회장의 '일당 5억' 황제 노역을 판결한 장병우 광주지법원장이 29일 사표를 제출했다.
장 법원장은 "최근 저를 둘러싼 여러 보도와 관련해 한 법원의 장으로서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함과 아울러 국민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밝혔다.
논란의 시발점이 된 허 전 회장의 판결에 대해서는 "양형 사유들에 대해 종합적이고 분석적인 접근 없이 한 단면만 부각되고 지역 법조계에 대한 비난으로만 확대된 점에 대해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대주그룹과 이뤄진 아파트 거래에 대해서는 "정상적인 거래로 취득한 것으로 어떤 이익도 취한 바가 없다"며 판결과의 관련성에 대해 선을 그었다. 장 법원장은 "다만 기존 아파트가 시세에 맞게 처분되는지에만 관심을 가져 거래 상대방을 주의깊게 살피지 못한 불찰로 물의를 일으킨 데 깊은 사과의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은행대출 등 관련 자료로 설명이 가능했는데도 구체적으로 확인을 해 줄 기회를 갖지 못한 부분은 아쉽다고 덧붙였다.
광주고법 형사 1부장으로 있던 장 법원장은 2010년 1월 횡령과 조세포탈 혐의로 기소된 허 전 회장에 대한 항소심에서 징역 2년 6월에 집행유예 4년, 벌금 254억원을 선고했다.
1심에서는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 벌금 508억원을 선고받았지만 형량이 절반으로 깎였다. 또 벌금을 내지 못할 경우 노역의 대가로 일당 5억원을 산정해 1심의 2억5000만원보다 2배 높게 책정했다.
장 법원장은 2007년 대주아파트로 이사한 후 기존 아파트를 대주그룹 계열인 HH개발에 판 것이 알려져 더욱 논란을 키웠다.
광주일고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그는 사법연수원 14기로 1985년 광주지법 판사로 임용된 뒤 29년 간 광주고법 관할 지역에서만 근무한 지역법관(향판)이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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