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강욱 기자] 27일 열린 아시아나항공 주총. 금호아시아나그룹과 금호석유화학 간의 힘겨루기가 벌어진 이날 주총장에서는 고성과 욕설이 난무했다.
결국 주총 결의에 따라 박삼구 금호아시아나그룹 회장이 아시아나항공의 사내이사로 선임됐고, 직후 열린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로 복귀하면서 일단 이날은 박 회장의 '판정승'으로 일단락됐다.
하지만 주총 직후 금호석유화학은 예고했던 대로 법정 소송 카드를 꺼내들었다. 서울 남부법원에 아시아나항공 주총 결의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제기한 것. 이에 따라 금호가(家)의 해묵은 형제 갈등은 4라운드로 접어드는 모양새다.
형인 박 회장과 동생인 박찬구 금호석유화학 회장의 분쟁은 지난 200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당시 경영권 분쟁은 두 형제의 동반 퇴진을 가져 왔고 2010년 채권단의 중재로 두 형제 모두 회장직에 복귀하면서 마무리되는 듯 했다.
하지만 2011년 검찰이 비자금 조성 혐의로 금호석유화학을 압수수색하면서 이후 양측이 서로를 위증과 사기 혐의로 고소, 고발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특히 지난달에는 금호아시아나그룹이 박찬구 회장의 운전기사 등을 침입과 배임수증죄 혐의로 고소하면서 사태는 일파만파 확산되고 있다. 이에 최근 박찬구 회장은 "형이 과욕을 부린다. 이미 루비콘강을 지났다"며 형제 간 화해 가능성을 일축하기도 했다.
금호가의 분쟁은 여러 모로 안타까운 점을 금할 수 없다. 그룹 회장 자리를 형제들에게 물려주면서 재계의 귀감이라 할 만큼 형제간의 우애가 돈독했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동국여지승람에는 고려 공민왕 때 우애가 깊었던 형제에 대한 설화가 나온다. 황금 두 덩이를 발견한 형제가 사이좋게 나눠 가졌는데 갑자기 동생이 금덩이를 강물 속에 던져버렸다. 형이 갖고 있던 금에 대한 욕심이 생겨서란다. 이에 형도 금덩이를 강물에 던져버렸고 두 형제는 사이좋게 길을 떠났다는 이야기다. 여기서 나온 고사성어가 바로 '형제투금(兄弟投金)'이다.
우애를 지키기 위해서 금덩이를 던져버렸던 이들처럼 박 회장 형제가 서로 한 발짝씩만 양보할 수 있다면 진정한 '아름다운 기업'이 되지 않을까. '금호가 아름다운 화해"라는 기사를 쓸 수 있길 기대해본다.
조강욱 기자 jomarok@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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