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들어 첫 감소…인증기업 많아 차별성 없어
[아시아경제 이지은 기자]# 지난해 10억원대의 매출을 올린 A사 대표는 벽에 걸린 이노비즈 인증서를 볼 때마다 부아가 치민다. 발품을 팔아 인증을 취득했지만 정작 결정적인 순간에는 '무용지물'이 되고 말기 때문이다. 연구개발(R&D) 비중이 높아 자본잠식과 적자에 시달렸던 A사는 은행 문턱에서 번번이 좌절했다. 인증서를 내밀며 기술력을 믿어 달라 호소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A사 대표는 "다양한 혜택을 준다고 해서 인증을 받았는데 덕 본 기억이 없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정부가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혁신형 중소기업(이노비즈 기업)에 대한 혜택을 늘리고 있지만 정작 현장에서는 이노비즈 인증이 크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반응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끝장토론에서 질타한 '중복인증' 문제도 여전하다.
21일 중소기업청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이노비즈 인증기업 개수는 1만7088개로 전년(1만7298개) 대비 1.2% 감소했다. 인증 유효기간(3년)이 지나 이노비즈 기업에서 제외된 기업이 새롭게 이노비즈 인증을 받은 기업보다 218개 더 많았기 때문이다. 이노비즈 인증기업 수가 감소한 것은 지난 2001년 이노비즈 인증을 시작한 이후 사상 최초다. 이노비즈 인증을 관리하는 이노비즈협회(회장 성명기)의 위상도 크게 줄었다.
같은 기간 벤처 인증기업 수가 증가하면서 3만개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는 것과는 대조적이다. 벤처기업 수는 지난 2004년 7967개에서 2012년 2만8193개로, 지난해 2만9135개로 3% 증가했다. 반면 이노비즈 기업은 정부 지원이 집중된 2006~2008년 급속도로 증가하다 2009년부터 증가세가 둔화되면서 결국 마이너스 성장을 기록했다.
정부는 이노비즈 기업을 대상으로 다양한 금융ㆍR&Dㆍ인력ㆍ판로 정책을 마련했다. 기보의 경우 100% 전액 보증을 지원하며 시중은행 대부분과 협약을 맺고 있으며, 중기청 정책사업 참여시에도 우대한다. 창조경제 추진과제를 통해 지난 2월부터 기술혁신형 M&A시 법인세가 공제되는 기업에 이노비즈 기업을 포함시키기도 했다.
하지만 현장에서는 이같은 혜택을 체감하기 힘들다는 지적이다. 매출 100억원대의 이노비즈 기업 대표 B씨는 "정부 정책사업 2개를 진행하고 있지만 이노비즈 인증으로 인해 영향받은 것은 없다"며 "우리뿐 아니라 정책사업에 참여하는 대부분의 기업들이 이노비즈 인증을 받고 있어, 인증만 갖고는 차별성을 확보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이노비즈 기업이 역성장을 기록한 것도 이런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이노비즈 기업 10곳 중 4곳은 벤처기업 인증을 함께 받고 있다. 중기청에 따르면 이노비즈 인증과 벤처기업 인증을 중복해 받고 있는 기업은 지난해 말 기준 7538개로, 전체 이노비즈 기업의 44%에 달한다. 벤처기업의 경우 중복 비중이 25%에 불과하다. 인증 중복으로 인해 기업들만 비용과 시간을 낭비하는 셈이다.
정부는 지난 2010년부터 조직개편을 통해 이노비즈와 벤처 인증을 통합한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으나 내부 반발과 협회의 밥그릇 싸움으로 인해 이렇다 할 진전을 보지 못하고 있다. 박 대통령이 창조경제 활성화를 위해 중소기업 중복인증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있는 것이 무색한 상황이다. 중소기업계 관계자는 "장기적으로는 두 인증절차를 통합하는 것이 바람직하지만, 벤처협회와 이노비즈협회의 입장이 너무 달라 통합이 쉽지 않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지은 기자 leez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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