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조태진 기자]한국거래소가 금융 주문사고 발생 때 신속한 대처를 위해 결제적립금 제도 손질에 나선다.
회원사가 분담하는 손해배상공동기금을 사용하기에 앞서 거래소 자체 이익금 일부를 쌓아놓은 적립금을 먼저 활용할 수 있도록 자본시장법 개정을 정부에 건의하기로 했다.
한맥투자증권이 코스피200 옵션 주문실수로 파산 위기에 몰린 가운데 '제2의 한맥 사태'에 조기 대응하고, 침체된 증시에서 고전중인 회원사의 부담을 줄여주기 위한 조치다.
19일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한맥 사태 이후 공동기금을 활용하기에 앞서 파생상품 중앙청산소 적립금을 사용하는 것이 이치에 맞다는 업계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며 "해외 관행 등을 살펴보고 금융위원회와 관련법 개정을 위한 작업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손해배상공동기금과 파생상품 중앙청산소 적립금 보유 한도는 각각 4000억원이다.
자본시장법 제399조는 '증권시장 또는 파생상품시장에서의 매매거래 위약으로 인해 발생하는 손해에 대해 회원사가 적립한 공동기금을 우선 사용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이에 따라 한맥 사태에 공동기금에서 439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회수금액이 40억원 정도에 그치면서 회원사들의 불만이 고조되고 있다.
모 대형증권사 고위관계자는 "한맥투자증권은 기금에 20억원만 납부했는데 수백억원을 투입해 준 것 자체가 이치에 맞지 않는다"며 "거래소가 자체적으로 쌓아놓은 돈을 우선 써야하는데 법 개정 사항이라고 일관하며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중앙청산소 적립금 사용 가이드라인도 구체화된다.
증권과 파생시장에 각각 2000억원씩 투입될 수 있도록 하는 등 손해배상공동기금 활용 규정을 벤치마킹하겠다는 것이다.
한국거래소 관계자는 "오는 6월말 원화 IRS 청산서비스가 시작되기에 앞서 중앙청산소 재원 활용방안을 전반적으로 살펴보고 있다"며 "(회원사 금융사고 등)장내 청산의 경우 이 재원을 먼저 투입할 수 있는 부분은 법 개정 사안인 만큼 현실화되기까지 시간이 더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한편, 한맥투자증권의 회생 가능성은 점점 희박해지고 있다. 주문 사고 당시 360억원의 수익을 거둔 미국계 헤지펀드와 이익금 반환 협상을 타결하지 못한 채 최근 금융위원회에 경영개선계획안을 제출했다.
조태진 기자 tjjo@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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