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간의 실수 + 이탈된 문법 + 예상밖 의미 = 폭소(또는 실소).
'클릭'이 난무하는 시대에 '오타 작렬'의 결과는 둘 중 하나다. 빵 터지거나(폭소) 민망하거나(실소). '트위터 대통령' 이외수는 후자에 가깝다. 그는 트위터에 올린 글에서 오탈자를 발견한 기분을 '지퍼가 고장나 남대문이 열린 채로 거리를 나돌아다니는 꼴'에 비유했다. 실시간으로 퍼지는 트위터에서 글 밥을 먹고 사는 글쟁이가 실수를 했으니 오죽 민망하면 저럴까.
24시간 손에서 벗어나지 않는 스마트폰, 문자와 문자를 잇는 트위터ㆍ페이스북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대중화. 이 둘의 만남은 '문자 과잉 시대'를 낳았고, 그 과잉에 따른 오탈자 사고는 어쩌면 통과의례이자 불가항력인지 모른다. 까짓것 이외수는 글로 먹고 사는 사람이니 그렇다 치자. 일반인들의 오탈자 사고는 심드렁한 삶에 청량제를 팍팍 뿌려 폭소를 생산해내는 해프닝에 가깝다. 예를 들면 이렇다.
#1. 어느 학생이 교수에게 시험 성적을 정정해달라고 부탁하는 이메일을 이렇게 적어 보냈다. '교수님은 저에게 C학점을 주셨습디다.' '주셨습니다'의 '니'가 '디'로 둔갑한 황당한 실수. 정중하게 부탁해도 모자랄 판에 읍소는 온데간데 없고 무례함만 남은 꼴이라니. 메일을 본 교수의 당혹스런 표정이나 시험 성적이 결국 어찌 되었을지는 상상에 맡긴다.
#2. 유학가 있는 남자 친구에게 시집(詩集)을 샀다고 자랑하는 여자 친구의 카카오톡 문자는 이렇게 돌변했다. '오빠, 나 오늘 시집 갔어.' 시집을 '갔'다는 문자에 남자 친구는 웃어야 할까 울어야 할까.
#3. 남자 친구와 헤어지고 펑펑 울고 있는데 그로부터 마지막 문자가 왔다. '좋은 감자 만나'. 감자? 아~ 남자! 여자는 빵 터졌고 두 사람은 다시 만나 잘 살았다나 어쨌다나.
그러고 보면 한글은 참으로 창의적이다. 띄어 쓰기나 점 하나에 의미가 180도 달라지니 말이다. 이외수처럼 글 밥 먹는 기자들도 오탈자는 숙명이다. 귀신이 쓰였는지 내 눈에만 보이지 않다가 탈고를 하면 비로소 나타나는, 그리하여 하느님도 잡지 못하는 게 바로 오탈자인가보다. 이와 관련해, 딱 1년전 '엎드려 이실직고(以實直告)하며 독자님들께 사과하겠습니다'로 시작하는 단군 이래 가장 야한 오자(誤字) 사과문을 어찌 잊겠는가. 그때의 다짐에도 불구하고 소소한 오탈자를 이래저래 계속 양산하고 있으니, 민망한 심정으로 이 자리를 빌어 독자님들에게 심심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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