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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장하준과 크루그먼

시계아이콘01분 06초 소요

폴 크루그먼 미국 프린스턴대학 교수는 화끈하다. 실명을 들어 다른 경제학자들의 이론을 신랄하게 비판한다.


크루그먼 교수가 깬 이론에 '전략적 무역정책'이란 게 있다. 정부가 보조금을 주고 관세ㆍ비관세 장벽을 쳐서 특정 산업을 키우는 정책이다. 크루그먼 교수는 1995년에 낸 책 '경제학의 향연'에서 "무역을 승자와 패자가 갈리는 일종의 시합으로 보는 것은 통속적 견해로, 이치에 맞지 않는다"고 말했다. 그는 "예를 들어 자동차 수입을 규제해 미국 내 자동차 회사 일자리를 하나 보장해 주는 데 드는 사회적 비용은 그 일자리가 제공하는 급여의 몇 배에 이른다"고 주장했다.

그랬던 그가 10여년 뒤 자신의 오류를 인정했다. 그는 뉴욕타임스 칼럼 '무역을 둘러싼 고민(the trouble with tradeㆍ2007.12.28)'에서 "1990년대 제3세계의 대미 수출이 미치는 영향이 처음 쟁점이 됐을 때, 나를 포함한 몇몇 경제학자는 부정적인 영향이 크지 않다고 여겼다"고 돌아봤다. 그러나 "이제는 그 영향이 더 이상 작지 않게 됐다"며 "제조업에서는 무역의 제한이 다수의 미국인에게 이익을 주는 반면 피해를 끼치는 대상은 소수에 불과하다"고 말했다.


크루그먼 교수와 반대로 전략적 무역정책을 옹호한 학자가 장하준 영국 케임브리지대 교수다. 그는 '사다리 걷어차기' '그들이 말하지 않는 23가지' 등 책에서 이 정책이 유효함을 사례를 들어 보여줬다.

여기까지는 괜찮았지만 장 교수는 너무 나갔다. 그는 산업 경쟁력이 떨어지는 나라는 전략적 무역정책이 없이는 앞선 나라와의 교역에서 손해를 볼 뿐이라는 예정론을 폈다. 이에 따라 한국의 미국과의 자유무역협정(FTA)에 반대했다. 그는 "선진국과 FTA를 하면 우리에게 손해"라며 "양국간 자유무역을 하더라도 수준이 비슷해진 다음에 해야 우리가 득을 본다"고 주장했다.
또 한ㆍ미 FTA로 한국의 첨단산업 발전이 가로막히게 됐다고 우려했다.


한ㆍ미 FTA가 발효된 지 올해로 3년째가 된다. 전체적으로는 한국이 실익을 봤다. 한국무역협회 통계를 보면 지난해 대미 수출은 FTA 발효 전인 2011년보다 10% 증가했고 같은 기간 미국으로부터 수입은 7% 줄었다. 무역수지 흑자가 확대된 것이다. 한ㆍ미 FTA로 한국 첨단산업이 가로막혔다는 근거는 제기되지 않는다. 장 교수는 이런 결과에 대해 별 말이 없다.


크루그먼 교수와 장 교수는 견해도 상반됐지만 자신의 오류에 대응하는 방식도 대조적이다.






백우진 국제선임기자 cobalt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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