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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월터의 상상이 던진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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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동여담] 월터의 상상이 던진 물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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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가 B에게 묻는다. "당신, 우리 회사의 정신을 알기나 해?" B는 당황한다. 입도 뻥긋 못하고 쭈볏거린다. 14년간 일해온 '라이프(LIFE)지'에서 하루 아침에 구조조정 대상으로 내몰린 A, 구조조정을 집도하기 위해 외부에서 긴급 투입된 B.


갑(B)과 을(A)의 역학구도는 A의 반격에 일순 역전된다. 악(B)에 대한 선(A)의 통쾌한 복수다. 로맨스와 코미디, 액션과 판타지를 마구 버무린 영화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는 바로 이 순간 관객들에게 '정의의 승리'를 선사한다. B의 횡포에 내내 불편해하던 관객들은 감정이입이 극대화되면서 카타르시스를 느낀다.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 A가 B에게 들려주고 싶었던 '정신'은 무엇일까.


"세상을 보고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 벽을 허물고 더 가까이 다가가 서로를 알아가고 느끼는 것, 그것이 바로 우리가 살아가는 인생의 목적이다."

이는 라이프 발행인 헨리 루스가 발간사에 담은 내용의 일부다. 사진잡지 라이프는 1936년 발간 이후 세계적인 명성을 얻었지만 인터넷의 파도에 휩쓸려 2007년 폐간하면서 온라인판으로 전환했다. 그 바람에 A의 평온했던 삶은 격랑에 휩싸이지만 '무수한 장애물을 넘어...'라는 라이프 정신처럼 주저앉지 않고 다시 일어선다. 그래서 누군가는 현대인의 노곤한 감성을 치유하는 힐링 영화라고 평가하지만, 한 시대를 풍미했던 라이프의 폐간에 대한 아쉬움과 존경을 담은 헌정(獻呈) 영화이기도 하다.


뉴욕타임즈의 1면 왼쪽 상단에는 '인쇄하기 적합한 모든 뉴스들'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세상의 가치 있는 모든 뉴스는 바로 뉴욕타임즈에서 생산된다는, 그들의 모토이자 정신이다. 인쇄 매체에 대한 자부심이기도 하다.


반면에 허핑턴포스트는 '클릭하기 적합한 모든 뉴스'를 지향한다. 누구나 인터넷에서 읽고 싶어하는 뉴스를 생산한다는, 세계적인 온라인 매체의 정신이자 지향점이다. 한달 방문자 5820만명(미국 기준), 한달 댓글 900만건, 참여 블로거 5만명이라는 숫자는 (적어도 지금까지) 그 지향점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창간 정신이나 모토, 지향점은 그런 것이다. 조직을 하나로 모으고, 나아갈 방향을 제시하고, 끊임없이 전진하는 동력을 제공한다.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시대가 변하면서 누구는 퇴보하고 누구는 전진하는 격변의 시대에 우리의 정신은 과연 무엇인지, 월터의 상상이 문득 묻는다. "우리는 정말 우리 회사의 정신을 아느냐"고.






이정일 산업2부장 jaylee@asiae.co.kr<후소(後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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