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병희 기자]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2012년 호화·사치품 구매에 무려 6억4580만달러(약 6886억원)를 썼다는 주장이 나왔다.
6억4580만달러는 같은 해 북한이 핵미사일 발사를 위해 사용한 13억달러의 절반 수준이다. 또 유엔 세계식량계획(WFP)이 2013년 북한의 인권을 개선하고 식량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필요하다고 추산한 재원 1억5000만달러의 4배가 넘는 규모다.
미국 터프츠대학 외교전문대학원 플레처스쿨의 이성윤 교수와 미국 연방하원 외교위원회 자문관을 지낸 조슈아 스탠튼 변호사는 지난 8일(현지시간) 인터내셔널뉴욕타임스(INYT)에 기고한 '북한의 헝거게임'이라는 기고문에서 지난달 발표된 유엔 북한인권조사위원회(COI)의 보고서를 인용해 이같이 주장했다.
두 사람은 광범위한 북한의 반(反) 인권 실태를 보여주는 664쪽의 북한 인권보고서에 숨어있는 6억4580만달러라는 숫자를 잊지 말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는 김 위원장이 지난 2012년 화장품, 핸드백, 가죽제품, 시계, 전자제품, 승용차, 술 등 고가의 사치품목을 사들이는데 사용한 돈의 규모라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북한이 한 해 전체 국민총생산의 1∼2%에 불과한 1억∼2억달러를 들여 식량을 수입하면 기아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그런데도 김 위원장이 기아 문제 해결을 위한 '1년 필요예산'의 6배가 넘는 막대한 외화를 개인 용도의 사치품목 구입에 쓰고 있다는 게 이 교수 등의 주장이다.
극심한 가뭄으로 북한 식량난이 정점에 달했던 1990년대 당시 적게는 60만명에서 많게는 250만명이 사망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 교수와 스탠튼 변호사는 또 한 탈북자의 증언을 인용해 북한이 1995년 김일성 전 주석의 묘지를 만들면서 7억9000만달러에 달하는 돈을 사용했다고 전했다. 이 돈은 당시 북한의 식량난을 4년간 해결할 수 있는 정도의 막대한 규모라고 꼬집었다.
그러면서 이 교수와 스탠튼 변호사는 미국은 북한에 강력한 제재를 취하고 있지만 유럽국가와 중국은 그렇지 못하다면서 유럽과 중국도 북한에 대한 제재에 적극 나서야 한다고 우회적으로 촉구했다.
김 위원장이 유럽과 중국에 은닉한 것으로 알려진 막대한 규모의 외화를 통해 여전히 사치품목을 구입하고 핵미사일 개발ㆍ발사에 박차를 가할 것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박병희 기자 nut@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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