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정준영 기자]가구업체 IKEA(이케아)가 국내 진출 작업에 한창인 가운데 증권사가 이케아의 전략을 분석하며 국내 유통업체에 대응책 마련을 조언했다.
연말 국내 첫 매장 오픈 앞두고 물류업체 선정 작업
9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연말 국내 시장 진출이 예정된 이케아는 매장에서 소비자 집까지 가구를 배달해주는 물류업체 선정 작업을 다음달 진행할 예정이다. CJ대한통운, 한진, 현대로지스틱스 등 국내 주요 물류회사들이 입찰 참여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케아는 경기도 광명과 고양시 1·2호점에 이어 최근 서울 강동구 고덕동 부지를 매입하며 2017년 오픈을 준비하고 있어 향후 2~3년 이내 서울 인근에만 3개 매장이 생길 전망이다.
네덜란드 라이덴에 본사를 둔 이케아는 지난해 기준 42개국에 345개 점포를 보유해 가구업계 공룡으로 불리운다. 한 해 동안 고객들이 매장을 찾은 횟수는 7억8000만번, 취급 상품수는 9500개로 지난해 285억 유로(한화 42조원) 매출을 올렸다. 최근 10년간 연평균 9.6% 성장을 지속하며 13% 안팎의 영업이익률을 유지하고 있다.
이트레이드證, "이케아, 한국 소비자 입맛 맞출 것" 일본 재진출 비교
이트레이드증권은 박리다매 전략으로 국내 가구 시장에 상당한 파급을 몰고 올 것으로 예상되는 이케아의 전략 및 유통·운송 섹터에 미칠 영향을 분석했다.
김민지 이트레이드증권 연구원은 이케아 가구의 특징으로 ‘조립식’과 ‘저렴한 가격’을 꼽았다. 김 연구원은 “조립형으로 가구를 설계해 운반 및 저장비용을 절감하고, 고객이 스스로 가구를 조립하게 해(DIY) 비용을 또 낮출 수 있었다”고 진단했다. 김 연구원은 “매장 위치를 도시외곽 및 교통 요지로 해 임대비용을 절감했고, 고객이 전시장에 방문해 직접 차에 실어 가는 방법으로 배달비용을 낮췄다”고 덧붙였다.
이케아는 그러나 90년대 후반 일본에 진출했다가 한 차례 실패를 맛본 뒤 전략 수정을 거쳐 20년 뒤인 2006년에야 일본에 재진출했다. 김 연구원은 “당시 일본은 대부분이 아파트로 이뤄져 가구 조립 공간이 넉넉지 않았고, 일본 소비자들에게 단순히 실용적으로 물건을 수납하는 공간이 아닌 집안에 비치해야 할 중요한 제품으로 가구의 의미가 달랐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재진출 후 일본 내 7개 매장을 보유하고 순항 중인 이케아는 기존 운영 방식 가운데 ‘고객이 직접 운반 및 조립’을 과감히 버렸다. 현지 업체인 미쓰비시 물류와 제휴해 배송 서비스와 설치·조립 서비스를 제공했고, 일본 소비자의 높은 소득수준을 고려해 저가부터 고가의 제품까지 다양한 제품군을 내놨다.
김 연구원은 “한국 시장 진출을 앞두고 이케아가 배송업체 선정을 준비하는 것은 일본 사례와 같은 맥락”이라면서 “배송서비스 제공뿐만 아니라 한국 소비자 입맛에 맞는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할 가능성이 크다”고 분석했다.
상품·유통·서비스로 특징 나눠 IKEA 전략 분석
김 연구원은 “국내 유통업체도 철저한 시장 조사를 통한 현지화 전략과 경영환경 점검을 바탕으로 운영 방식을 수정해 다가오는 변화에 대응해야 할 것”이라 조언하면서 “이케아 전략을 상품, 유통, 서비스 부문으로 나눠 특징을 파악한다면 향후 대응책 수립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전했다.
김 연구원이 상품 부문에 있어 주목한 특징은 ‘세분화’와 ‘가격 구성’이다.
이케아는 상품 기획 및 침대에서 부엌에 이르는 전 품목을 17개 영역으로 세분화해 관리한다. 노하우 축적에 따라 영역을 확대 중인 상품 구성의 경우 1981년 사무용 가구 취급을 시작으로 1997년부터는 키즈 부분을 강화, 최근에는 전문 브랜드 영역이던 붙박이장과 시스템 부엌까지 영역을 넓히고 있다.
가격 구성의 경우 저가형, 중가형, 고가형으로 구분해 비슷한 상품이라도 소재·디테일을 달리해 차별화된 가격대로 운영하고 있다.
유통 부문은 ‘셀(Cell)을 이용한 제품 전시 및 복잡한 매장 디자인’을 특징으로 꼽았다.
이케아는 매장을 실제 집 크기과 같은 공간별 셀로 나눠 제품을 전시한다. 고객들은 자기 집과 비슷한 크기의 공간에 배치된 가구와 소품을 보고 실제 집에 들여놨을 때의 모습에 대해 좀 더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다.
이케아는 매장 전시와 소품 판매로 공간을 어떻게 꾸밀 수 있을지와 효율적인 가구 배치 등에 대한 다양한 아이디어를 함께 제공한다.
김 연구원은 “이케아는 또 매장 내 고객들의 동선을 복잡하게 만들어 매장 안에 오래 머무르게 하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며 “이같은 전략들을 통해 매출을 극대화할 수 있었던 것으로 파악된다”고 분석했다.
서비스 부문에서는 셔틀버스 운행, 푸드코트, 배송서비스 등이 특징으로 꼽혔다.
이케아는 비교적 저렴한 가격의 도시 외곽 교통 요지에 매장 자리를 잡아 도심으로부터 멀어지는 문제를 안게 된다. 김 연구원은 “이케아는 이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셔틀버스 운행과 저렴한 푸드코트 그리고 배송서비스를 실시한다”고 말했다.
소비자들이 방문에 불편을 겪지 않도록 하고, 쇼핑에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한다는 것이다. 또 배송 및 조립 서비스로 DIY에 대한 거부감 해소를 노린다.
이케아코리아, 이달 12일부터 가로수길에 스토리룸
한편 이케아 코리아는 연말 이케아 광명점 오픈을 앞두고 오는 12일부터 이달 말까지 신사동 가로수길에 스토리룸 ‘헤이 홈!(Hej HOME!)’을 연다. 이케아 컨셉과 브랜드 스토리를 집과 같이 편안한 환경에서 만나고 경험할 수 있는 공간이라는 설명이다.
‘헤이 홈!’ 관람은 첫날인 12일은 오후 3시~8시, 이후 오후 12시~8시로 누구나 무료이며 매주 월요일은 쉰다. 단 제품을 판매하진 않는다. 이케아 코리아는 연말 국내 첫 매장인 광명점을 열기 전까지 제품 판매를 하지 않을 계획이라고 전했다.
울프 스메드버그 (Ulf Smedberg) 이케아 코리아 마케팅 매니저는 “연말 예정인 이케아 광명점 오픈에 앞서 ‘헤이 홈!’을 통해 한국의 소비자들을 만나게 돼 기쁘게 생각한다"며,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헤이 홈!’을 방문해 이케아에 대한 여러 흥미로운 이야기를 직접 만나고 경험해보길 기대한다”고 전했다.
정준영 기자 foxfur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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