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창환 기자] 국내 주식시장의 최대 큰손인 국민연금이 의결권을 적극적으로 행사하고 나서면서 기업들이 긴장하는 모습이다.
국민연금은 신사현 만도 대표이사가 연임하는 것에 대해 반대 의결권을 행사한다고 6일 밝혔다. 만도는 한라그룹 계열의 자동차 부품 제조회사다.
이사 선임에 반대하는 이유는 지난해 4월 있었던 만도의 한라건설 유상증자 사건 때문이다. 당시 만도는 기존 주주들의 의견을 무시하고 한라건설 유상증자에 대규모 자금을 투입했다.
만도가 부실한 관계사를 살리는데 자금을 투입한다고 하자 회사의 가치가 떨어질 것을 우려한 기존 주주들은 반대를 해오던 상황이었다.
국민연금 측은 "만도가 100% 자회사 마이스터를 통해 한라건설의 유상증자에 참여한 것은 부실 모기업을 지원하기 위한 것"이라며 "만도의 장기 기업가치와 주주권익을 훼손한 것이라 판단하고 유상증자 의사결정 당시 대표이사였던 신사현 씨의 재선임 안건에 대해 반대하기로 결정했다"고 설명했다.
국민연금의 이번 결정은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특히 국민연금이 지분을 10% 이상 보유해 대주주나 2대주주 위치에 올라있는 회사들의 경우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는 분석이다.
국민연금은 현재 국내 40여개 상장 기업의 지분을 10% 이상 보유 중이다. 이중 만도가 13%대로 가장 많았으며 SBS와 동양기전, LG상사, 삼성물산 등의 지분을 12% 이상 가지고 있다. 이밖에도 국민연금은 CJ제일제당, SKC, 코스맥스, 하나투어 등 우량기업의 주식을 적극적으로 매수해 지분율을 끌어 올리고 있는 중이다.
만도의 경우 대주주인 정몽원 회장과 한라의 지분이 27%를 넘어 2대주주인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할 것으로 분석된다. 만도 측도 2대 주주인 국민연금을 제외하고는 안건에 반대하는 쪽이 없어 대표이사 선임에 문제가 없을 것으로 내다봤다.
하지만 국민연금이 단일주주로는 최대주주인 삼성물산과 LG상사 등 일부 기업의 경우 국민연금이 의결권 행사를 강화한다면 경영에 영향을 미친 수도 있다는 평가다. 특히 국민연금이 대주주 우호지분이 아닌 반대 지분 등과 연합해 안건 반대 등에 나선다면 기업들에게는 큰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국민연금은 지난해 이미 주주총회 안건 중 이사 및 감사 선임 안건 162건에 대해 반대의결권을 행사한 바 있다. 162건 중에는 현대차와 현대모비스, SK네트웍스, 두산인프라코어 등 대기업이 다수 포함돼 있다.
국민연금은 지분을 많이 보유하고 있는 기업에 대한 주주권리 행사 기능을 강화하려 하고 있다. 지난달 28일에는 기업들의 사외이사 선임 반대 요건을 강화하는 방안으로 의결권행사지침을 개정한 바 있다.
국내 한 대기업 관계자는 "국민연금 보유지분이 증가함에 따라 기업들의 부담도 커지고 있다"며 "경영권에도 직접 영향을 끼칠 수 있기 때문에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창환 기자 goldfish@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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