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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험한 밥상②] 치솟는 밥값 앞에 무기력한 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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싸구려 밥상 탈출구 없나

[위험한 밥상②] 치솟는 밥값 앞에 무기력한 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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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역시 건강한 밥상을 멀어지게 하는 요인 중 하나다. 지난해 7월 안전행정부가 발표한 공공요금 물가조사 통계자료에 따르면 서울시내에서 비빔밥 한 그릇을 사먹는 데 평균 7864원이 든다. 반면 2013년 잡코리아 설문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직장인이 점심 한 끼에 쓰는 돈은 평균 6442원으로 비빔밥 한 그릇 값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 밥그릇 양극화, 저렴한 고나트륨식에 몰리는 서민


외식비가 증가하다 보니 저소득층 근로자나 고시생이 직접적인 타격을 입고 있다. 시내에서 고비용의 식사를 하는 대신 외곽지역의 기사식당이나 골목의 고시식당을 찾는 것이다. 이들 식당은 저렴하다는 장점이 있지만 음식이 맵고 짜다는 단점도 있다. 채소나 과일 같은 부식은 꿈도 꾸기 어렵다.

신림동 고시촌에서 7년째 사법시험을 준비하고 있는 신모(35)씨는 매일같이 뷔페식 고시식당을 찾았다. 그는 근처 헌책방에서 대량 구매한 식권을 통에 넣고 접시를 집었다. 뷔페라지만 반찬은 5개 안팎. 신씨가 고시식당에서 세 끼를 해결한 지도 7년째다. 조미료가 입안을 텁텁하게 해도 어쩔 수 없다. 신선한 재료로 만든 건강한 밥상은 그에겐 아직 사치나 다름없기 때문이다. “그나마 싼 가격에 배를 채울 수 있다”며 신씨는 늘 이곳을 찾게 된다고 말했다.


택시기사 장한익(58)씨에게도 가격은 밥상 선택의 중요한 기준이다. 아침 10시부터 새벽 2시까지 택시일을 하는 그는 평소 비싼 서울시내 일반 식당 대신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사식당을 찾고 있다. 장씨는 “보통 4000~5000원 가량 하는 기사식당에서 탕이나 찌개를 먹는다”며 ”양은 많지만 음식이 짜서 속이 불편한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위험한 밥상②] 치솟는 밥값 앞에 무기력한 서민 관악구 대학동 인근 고시식당을 찾은 고시생들이 늦은 저녁식사를 하고 있다.


◆ 싸구려밥상…사회가 풀 숙제


현대인의 저영양 식단, 건강에 대한 무관심은 의료비 증가로 이어진다. 고나트륨 식습관은 고혈압의 원인이 되며 위염·위암·뇌경색 등의 질환을 일으킬 수 있다. 칼슘·마그네슘·구리 같은 필수 영양소의 부족도 각기 골다공증·우울증·빈혈의 원인이 된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나트륨 과잉 섭취로 인한 4대 만성질환(고혈압, 당뇨, 심·뇌혈관 질환) 진료비는 2010년 기준 전체 진료비의 약 15%를 차지하고 있다. 이로 인한 보험급여는 4조9000억원으로 건강보험 재정에 큰 부담을 주고 있다. 질 낮은 밥상이 과도한 복지비용 상승과 노동력 저하라는 경제적 문제까지 초래하는 것이다.


정부는 식품의약품안전처를 중심으로 영양성분 표시를 확대하는 정책을 펴는 등 식생활 환경 개선에 노력하고 있다. 이혜영 식약처 연구관은 “나트륨·당류 같이 우리 몸에 위해를 주는 영양분의 저감은 정부의 대표적인 정책 목표”라며 “외식과 단체급식을 중심으로 2017년까지 나트륨 섭취를 20% 줄이겠다”고 밝혔다. 정부는 우리 국민이 1일 나트륨 섭취를 4646mg에서 3000mg으로 줄이면 한해 총 의료비 중 2조원이 절감될 것으로 보고 있다.


일각에서는 건강한 밥상에 대한 개인의 시각부터 변화해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서울 마포에서 도시농업 및 로컬 푸드 운동을 펼치는 청년단체 ‘파절이’ 활동가 류소미(28·여)씨는 “3년 동안 먹은 음식은 곧 자기 자신”이라며 “인스턴트처럼 생산지나 생산방법에 대해 아무런 정보 없이 먹는 것 대신 내가 먹는 재료 자체에 대해 책임의식을 갖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자기 손으로 직접 일군 농산물과 조리과정을 통해 음식의 소중함을 알고 실천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먹거리’ 문제를 개인의 선택이나 책임으로 돌려선 안 된다는 주장도 있다. 사회진보연대 보건의료팀 이진우 활동가(28)는 “우리 사회는 TV 등 매체를 통해 건강한 먹거리를 스스로 찾아먹으라며 불균형한 식생활의 책임을 개인의 문제로 돌리고 있다”고 평하며 “택시, 택배, 집배원 노동자 같은 이들은 이 문제에 있어 일반인보다 훨씬 무기력하고 취약하다”고 진단했다. 이어 “먹는 문제는 우리 사회 모두가 함께 짊어져야 하며, 식비 현실화와 식사시간 보장과 같이 건강한 식생활을 위한 장치들이 마련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위험한 밥상①]‘바쁘다 바빠’ 직장인, 간편 도시락 불티
[위험한 밥상②] 치솟는 밥값 앞에 무기력한 서민
[위험한 밥상③]“그동안 우리가 먹은 건 킬링(killing) 음식”




임철영 기자 cylim@asiae.co.kr
노태영 수습기자 factpoet@asiae.co.kr
손선희 수습기자 sheeson@asiae.co.kr
이장현 수습기자 inside@asiae.co.kr
유제훈 수습기자 kalamal@asiae.co.kr
최서연 수습기자 christine89@asiae.co.k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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