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기자]한일관계 교착상태가 진구렁텅이로 빠져들고 있다.일본의 과거사 망언릴레이가 이어지고 이에 대한 한국의 비판 강도가 높아지면서 개선의 가능성은 갈수록 좁아지고 있다.
일본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일 정권이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요헤이(河野洋平))담화 검증에 나선 가운데, 아베 내각의 차관급 고위 당국자가 군위안부가 날조됐다는 취지의 망언을 하자 안국 정부가 강력한 어조의 논평을 내 양국 관계는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한국 정부는 5일부터 스위스 제네바에서 열리는 유엔인권인사회에 윤병세 외교부 장관을 파견, 일본군 위안부 문제를 직접 거론해 국제사회에 실상을 폭로할 예정이다.
한국 외교부 당국자는 4일 사쿠라다 요시타카(櫻田義孝) 문부과학성(교육부) 부(副) 대신의 발언과 관련해 논평을 통해, “누가 거짓말을 하고, 사람을 속이고, 사실을 날조하는지는 역사가 알고 있다”고 일본을 강력 비판했다.
사쿠라다 문부과학성 부대신은 3일 일본군 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한 고노담화의 수정을 요구하는 집회에서 한 인사말을 통해 “나는 거짓말을 하거나 사람을 속이거나 사실을 날조하는 것을 정말 싫어하는 사람”이라면서 “여러분과 생각이 같다. 열심히 응원하겠다”고 말했다.
고노담화는 일본군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조사 결과에 입각해 1993년8월4일 고노 당시 관방장관이 발표한 담화로, 군위안부 동원의 강제성을 인정하고 사죄한 것이다.
외교부는 논평에서 “일본 정부의 관방장관이 고노 담화의 작성 경위를 다시 검증하겠다고 하더니, 이제는 자라나는 세대들에게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쳐야 할 문부과학성의 부대신이 고노담화 부정을 선동하는 대중 집회에 직접 참석하여 동조하기까지에 이르렀다”고 일갈했다.
외교부는 또 “일본의 일부 정치지도자들과 정부 인사들이 '고노 담화 계승'을 입버릇처럼 반복하면서도 실제로는 그와 정반대의 행동을 계속 하고 있는 것은 피해자분들뿐 아니라, 위안부 문제에 대한 일본 정부의 책임을 지적하고 적극적인 조치를 촉구해 온 유엔 등 국제사회를 우롱하는 처사”이ㅏ고 지적하고 “누가 거짓말을 하고, 누가 사람을 속이고, 누가 사실을 날조하는지는 생존하고 계신 55분의 피해자들이, 국제사회가, 그리고 역사가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외교부는 “일본 정부가 2013년 유엔 총회 아베 총리 연설에서 밝힌 바와 같이 진정으로 ‘무력분쟁하 여성에 대한 성폭력이 끊이지 않는 현실에 분개한다’면 그러한 폭력의 실증적 사례인 일본군위안부 문제의 책임을 통감하고 진실된 마음으로 반성하고 사죄하면서, 자라나는 세대들이 미래에 또다시 동일한 과오를 반복하지 않도록 올바른 역사교육을 실시하는 데 매진하여야 할 것”일갈했다.
이에 앞서 사쿠라다 부대신은 대신(장관), 정무관과 함께 각 정부 부처의 당 3역이라는 정무직 고위 공무원으로 엄연히 아베 내각의 구성원이다. 정부 고위 당국자가 공개석상에서 군 위안부를 부정하는 발언을 한 것으로 확인됨에 따라 한국의 반발 등 한일 관계 악화는 불을 보듯 뻔하다.
사쿠라다는 현직 중의원 신분이며 2020년 도쿄 하계 올림픽ㆍ패럴림픽 조직위원회 부위원장으로 내정돼 있다.
한편, 일본 유신회 의원들은 집회에서 1993년 고노담화를 발표한 고노요헤이 전 관방장관과 당시 외무성 당국자들을 국회로 불러 증언을 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유신회는 고노담화 수정을 요구하는 서명운동을 시작하기로 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스가 요시히데(菅義偉) 관방장관은 지난달 28일 정부 안에 검증팀을 설치해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 증언의 진실성, 한일간 담화 문안 조정여부 등을 중심으로 고노담화 작성 과정을 검증하겠다고 밝혔다.
박희준 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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