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최근 화제의 중심에는 '소치의 영웅'들이 있다. 메달을 딴 선수들은 물론 새롭게 떠오른 유망 선수들도 많은 관심을 받는다. 그런데 금의환향한 선수들의 얼굴에서는 웃음기가 사라졌다.
해단식 다음날인 26일 강원도 평창에서 전국동계체육대회가 열렸다. 참가선수 2518명 중에는 동계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온 선수도 적지 않다. 이상화(25ㆍ서울시청), 모태범(25ㆍ대한항공), 조해리(28ㆍ고양시청), 이승훈(26ㆍ대한항공) 등이다. 이 선수들은 모두 하루 밖에 쉬지 못하고 경기를 해야 했다. 대한체육회와 대한빙상경기연맹이 출전을 강권했다고 한다.
무리를 했으니 결과가 좋기 어렵다. 이상화와 모태범은 27일 서울 태릉국제스케이트장에서 열린 남녀 500m 경기에 기권했다. 모태범은 경기장에 가지도 않았다. 이상화는 트랙을 돌아보고 경기를 포기했다. 이들을 보려고 경기장을 찾은 팬들은 걸음을 돌렸다. 선수들은 처음부터 경기에 출전할 형편이 아니었다. 특히 이상화는 이날 오후 서울시청에서 열린 환영행사에 나가 대담을 하고 사인회에 참석했다.
두 선수와 절친한 이승훈은 "선수는 대회가 있으면 뛰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면서도 "직전 대회가 올림픽이었기 때문에 모든 에너지를 써서 선수들이 많이 지친 것 같다"고 했다. 큰 대회를 마치고 돌아온 선수가 준비없이 경기에 출전하는 일은 선수생활에 지장을 줄 수도 있는 위험한 행동이다. 이들은 지난 4년 동안 소치올림픽만 바라보고 초인적인 훈련을 했다. 모든 힘을 다 쏟아 붓고 돌아와 휴식도 거르고 경기를 하다가는 크게 다칠 수 있다.
이렇듯 웃지 못 할 코메디에도 아랑곳없이 전국동계체육대회는 무관심 속에 습관처럼 계속된다. 27일 태릉국제스케이장의 관중석은 절반 이상 비었다. 27일 경북 의성에 있는 컬링 경기장을 찾은 관중은 학부모를 합쳐도 30여 명에 불과했다. 쇼트트랙 경기가 열린 탄천종합운동장 빙상장에서는 전광판에 불이 들어오지 않았다. 동계체전 관리는 이 지경으로 하면서 지친 선수를 내몰아 홍보를 하겠다니 몰염치를 넘어 무모하기까지 하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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