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구 감독은 선장, 오케스트라 지휘자와 함께 남자가 한번쯤 꿈꾸는 직업이다. 하지만 신생팀이라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휘봉이 무겁다. 할 일이 태산이다. 선수단 구성은 물론 모든 업무에 관여해야 한다.
프로야구 열 번째 구단 KT는 지난해 8월 2일 조범현(54) 감독을 창단감독으로 뽑았다. 그는 KIA의 2009년 한국시리즈 우승, 야구대표 팀의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 금메달을 이끈 감독이다. 조 감독을 발탁한 사람은 권사일(57) 대표와 주영범(51) 단장이었다. 여러 감독을 놓고 숙고한 끝에 선수 육성과 시스템 구축 능력을 높이 샀다.
권 대표와 주 단장은 조 감독에게 선수단 운영의 전권을 부여했다. 권 대표는 "KT 스포츠는 감독이 주도한다"고 했다. 프로농구에서 얻은 경험을 통해 굳은 철학이다. KT는 2007년 챔피언결정전 준우승 이후 이렇다 할 성적을 기록하지 못했다.
그러나 2009년 4월 23일 전창진(51) 감독을 발탁한 뒤 전환점을 맞았다. 2009~2010시즌 정규리그 2위, 다음 시즌 첫 우승을 기록했다. 선수단 스스로 색깔을 내게 하고 프런트는 지원에만 충실하도록 한 KT의 운영 체계는 주 단장이 대표직을 승계한 뒤에도 바뀌지 않았다.
KT는 야구단을 창단하면서도 같은 방식을 택했다. 스카우트 외에는 프런트 인사를 그룹 내에서 뽑았다. 전문성을 강화하고 개척 사업에 주력함으로써 다양한 가치를 창출하도록 했다. 지난해 3월 7일 국내 최초로 스포츠단 법인화를 선언한 이유도 이와 같은 목표를 구체화하기 위해서였다. 프런트와 선수단의 역할이 분명한 KT의 야구는 감독이 중심이다.
KT그룹은 최근 계열사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권사일 사장과 주영범 단장도 교체했다. 정성환(55) 전 KT 텔레캅 사장과 김진훈(54) 전 KT 대구고객본부장이 각각 사장과 단장에 내정됐다고 한다. 어느 기업이나 인사는 한다. 궁금한 점은 한 가지다. 제 10구단 KT의 '감독 야구'는 계속될까.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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