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정의 골 깊지만, 양측 모두 화해 의사 밝혀…화해에 재계 이목 집중
[아시아경제 명진규 기자] 삼성그룹 신년 하례식을 마치고 지난 1월11일 일본을 거쳐 미국 하와이로 출국했던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이 다시 일본 도쿄로 향했다.
때마침 형 이맹희씨 역시 신병 치료차 도쿄 소재의 한 병원에 머무르고 있어 두 형제의 극적 화해가 이뤄질지 재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7일 재계에 따르면 하와이에서 요양 겸 경영구상에 나섰던 이 회장이 최근 일본으로 향해 도쿄에 머무르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이 회장이 장기간 경영구상을 할 때마다 마지막 행선지로 일본을 선택해 경영구상을 마무리했다는 점을 고려할 때 귀국 시점은 3월 초 정도가 될 전망이다.
이 회장은 삼성그룹 신년 하례식을 마친 뒤 출국, 1주일 정도 일본에서 머무른 후 같은 달 15일 미국 하와이로 떠났다. 요양 겸 경영 구상을 위해서였다. 최근 일본 도쿄로 자리를 옮긴 이 회장은 일본 경제계 지인과 기업 최고경영자(CEO)들을 만나 경영구상을 마무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는 이 회장이 도쿄로 향하자 지난 2년간 치열한 법적 공방을 벌였던 형과의 만남 여부에 주목하고 있다. 이 회장은 도쿄 시내에 머무르고 있고 형 역시 도쿄 시내에 소재한 한 병원에서 신병 치료 중이다.
재계는 고 호암 이병철 삼성그룹 선대 회장의 차명주식을 놓고 재산다툼을 벌였던 두 형제지만 원고인 이씨가 패소했고 법정에서 이 회장 승계 정통성을 입증한 만큼 그간 쌓인 감정을 털어버리고 가족 간 화합을 이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형 이씨는 26일 대법원 상고를 포기했다. 아직 시한이 1주일 정도 남아 있는 상황에서 먼저 상고를 포기하며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다.
이씨는 법무법인 화우를 통해 "주위의 만류도 있고, 소송을 이어가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가족 간 관계라 생각해 상고를 포기하기로 했다"면서 "소송기간 내내 얘기했던 화해에 대한 진정성에 대해 더 이상 어떤 오해가 없길 바라며 가족문제로 국민에게 심려를 끼친 점 역시 사과한다"고 밝혔다.
이 회장 역시 법률대리인 윤재윤 변호사를 통해 "가족문제로 걱정을 끼쳐드려 죄송하다"면서 "가족 간 화목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소송은 끝났지만 소송 진행 중 쌓인 앙금이 사라지기까지는 다소 시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된다. 특히 소송 과정에서 이씨 측 변호인단은 고 이병철 회장이 삼성그룹을 승계할 당시 상황을 이씨의 자서전과는 전혀 다른 상황이었다고 주장한 바 있어 양측의 입장차도 크다.
재계 관계자는 "지난 2년간 치열한 법적 다툼을 벌였던 두 사람이지만 지근거리에 함께 있는 만큼 의외로 쉽게 화해가 가능할 수도 있을 것"이라며 "법적인 문제가 다 마무리된 상황에서 양측이 계속 감정의 골을 이어갈 필요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명진규 기자 ae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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