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백종민 기자] 신생 기술 기업에 대한 투자 전문 업체 스톰벤처스의 남태희 파트너(54ㆍ사진)는 실리콘밸리 벤처투자자 가운데 실적이 매우 뛰어난 한국인이다.
그는 지난해 시가총액 10억달러(약 1조650억원)인 자동 마케팅 업체 '마켓투'에 투자했다. 올해 상장할 예정인 모바일아이언에도 초기 투자자로 이름을 올렸다.
오랫동안 신생 벤처에 투자하다 보니 많은 노하우가 쌓인 그는 최근 미국 경제 격주간지 포브스와 가진 회견에서 벤처 기업 최고경영자(CEO)의 리더십을 강조했다.
많은 벤처 기업 직원들은 설립 초기 회사의 틀을 잡고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밤 새다 탈진하게 마련이다. 이와 관련해 남 파트너는 윌리엄 셰익스피어의 소설 '헨리 5세'에서 절대적으로 불리한 가운데 프랑스 대군과 대치 중인 헨리 5세가 행한 '성 크리스핀 축일의 연설'을 즐겨 인용한다.
"오늘 나와 함께 피 흘리는 자는 모두 내 형제가 될 것"이라는 헨리 5세의 연설은 지쳐 쓰러지기 직전인 병사들을 다시 일으켜 세워 승리하는 원동력이 됐다. 헨리 5세가 강조한 것은 영광ㆍ명예ㆍ전우애다.
남 파트너는 "성공한 벤처 기업에서도 같은 현상을 발견할 수 있다"며 "거의 망하기 직전의 상황을 경험해본 기업에서는 특히 그렇다"고 설명했다.
남 파트너가 '헨리 5세'를 인용한 것은 벤처 기업이 성공하려면 CEO가 진정으로 직원들과 마음을 나눠야 한다고 강조하기 위함이다. 열정과 믿음이라는 자양분 없이 성공하는 벤처 기업은 없다.
남 파트너는 미래를 현명하게 내다보는 신생 기업에만 투자한다. 신제품이나 소프트웨어를 개발할 때 숱한 문제가 발견되곤 한다. 제품이 나오기도 전 영업 인력부터 갖추는 경우가 다반사다. 결과가 나오기도 전 그럴 듯한 모양새부터 갖추려 들다가는 귀한 현금만 축내고 회사는 결국 파산으로 치닫게 된다.
이럴 때 CEO가 중심을 잡고 투자자 역시 현명하게 대응해야 한다. 남 파트너가 초기 투자에 성공하기 위해 언제쯤 시장이 무르익을지 생각을 거듭하는 이유는 여기 있다.
그는 한국의 벤처 투자 환경과 미래에 대해 낙관한다. 한국에서는 초고속 4세대(4G) LTE 통신을 저렴하게 이용할 수 있다. 따라서 향후 세계적으로 엄청난 인기몰이에 나설 수 있는 서비스를 먼저 경험해볼 수 있다.
한국에서 성공한 사업 모델이라면 미국에서도 인프라만 갖춰질 경우 언젠가 성공할 가능성이 크다는 게 남 파트너의 생각이다. 그는 한국의 대표적 게임업체 넥슨을 예로 들었다.
그가 한국에서 예의주시하는 부문이 차량용 블랙박스다. 한국에서는 많은 차량에 블랙박스가 설치돼 있다. 남 파트너는 이런 현상이 조만간 세계 전역으로 확산되리라 보고 있다.
그는 하버드 대학 응용수학과와 시카고 대학 로스쿨을 거친 변호사 출신이다. 과거 기업 인수합병 전문 변호사로 이름을 날리다 벤처투자자로 변신했다.
남 파트너는 자기가 합병을 주선해준 기업의 인사들과 의기투합해 스톰벤처스 설립에 나섰다.
백종민 기자 cinqang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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