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이영규 기자]경기도가 '2014 소치동계올림픽'을 통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컬링'의 대중화를 위해 100억원 규모의 컬링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어 주목된다.
현재 국내에는 서울 태릉선수촌과 경북 의성군 등 2곳에 컬링장이 있다. 하지만 태릉은 전용 경기장이 아니고, 의성은 4개 레인(면)에 불과해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는 자격(6면)이 안된다.
경기도는 이에 따라 국제대회를 치를 수 있고, 수도권 2500만 시민의 건전한 여가문화 확산에도 기여하기 위해 10면 규모의 컬링장 건립을 검토하고 있다.
도 관계자는 19일 "컬링이 소치 동계올림픽을 통해 국민적 관심종목으로 부상했다"며 "특히 제대로 된 컬링장 하나 없는 나라에서 세계 8위라는 쾌거를 이룬 만큼 컬링 전용경기장 건립을 검토해 볼 시점이 됐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다만 "컬링장 건립비용 50%는 국비 지원을 받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컬링장은 1개 면당 5억원가량의 예산이 든다. 10개면을 꾸릴 경우 50억원 안팎의 예산이 드는 셈이다. 경기도는 선수들의 숙박시설과 컬링 부대시설 등을 고려할 때 100억원정도의 예산이 들 것으로 보고 있다. 경기도는 비용 중 50%는 국비지원을 통해 조달한다는 구상이다.
경기도는 컬링팀이 귀국하면 김문수 지사 주재 환영회도 준비하고 있다. 하지만 시기는 3월로 넘어갈 전망이다. 이는 2월 26일부터 곧바로 전국동계체육대회가 열리기 때문이다.
컬링팀은 동계체전과 환영 만찬회 외에도 당분간 바쁜 일정을 소화해야 할 전망이다. 4월에는 프로야구 LG트윈스 경기에 일부 선수가 시구자로 나선다. 또 올림픽 출전을 앞두고 120억원가량의 훈련비를 지원한 신세계 그룹의 환영식에도 참석한다. 일부 기업들은 CF촬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컬링이 이처럼 국민적 관심종목으로 부상한 데는 경기도의 역할이 컸다.
경기도는 2012년 여자컬링팀이 세계여자선수권대회 4강에 오르는 성적을 내자 그해 6월 김문수 경기도지사의 지시로 경기도청 컬링팀을 창단했다.
경기도는 창단이후 컬링팀의 훈련비와 대회출전비, 장비명목으로 연간 2억5000만원을 지원했다. 여기에 선수단 숙소와 차량도 무료 제공했다. 올핌픽 개최 전에는 에너지기업 ㈜삼천리로부터 선수들 훈련비 5000만원을 지원받도록 주선하기도 했다.
비인기 종목으로 국제 대회 출전 경비가 없어 감독과 선수들이 십시일반으로 모아 여비를 충당했던 선수들에게 이 같은 지원은 단비였다. 이들은 성적으로 보답했다.
창단 이듬해인 지난해 4월 경기도청 컬링팀은 강원도 춘천에서 열린 한국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또 그해 9월 중국오픈 우승, 11월 아시아-태평양선수권대회 우승, 제26회 동계유니버시아드 은메달 등의 성적을 거뒀다.
하지만 올림픽 메달 획득에는 실패했다. 이번 대회에서 컬링팀은 3승6패로 참가 10개국 중 8위를 기록했다.
어찌보면 기대에 미치지 못한 성적이지만 국민적 관심은 더 커져가고 있다. 이 같은 관심의 배경에는 '드라마'같은 컬링팀 선수들의 사연도 한 몫하고 있다.
맏언니 신미성 선수는 컬링이라는 단어가 낯설 던 1998년 어린이대공원 빙상장에서 혼자 스톤을 던지며 때를 기다려온 '악바리'다. 장비가 없어 세계대회에 나가면 다른 나라 선수들이 쓰고 버린 장비를 주워다 썼다는 일화로도 유명하다.
소치 동계올림픽 출전이후 '올림픽 얼짱'으로 주목받는 이슬비 선수는 팀이 해체돼 유치원에서 교사로 일하다 정영섭 대표팀 감독의 권유로 다시 컬링을 시작했다.
김은지 선수는 컬링을 위해 대학도 중도 포기하고 팀에 합류했다. 컬링 중국대표 쉬샤오밍과 지난해 5월 결혼한 대표팀 주장 김지선 선수는 신혼여행을 올림픽 뒤로 미뤘다.
경기도청 컬링팀의 '창업공신' 정영섭 감독은 해외 전지훈련을 가는데 비행기값만 800만원이 나와 아내로부터 이혼하자는 소리까지 들었다.
이영규 기자 fortun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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