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아시아경제 이혜영·김동표·박준용 기자] "피어나는 이 꽃들을 어떻게 할겁니까. 사진도 없이 이게 뭡니까"
경주 마우나 오션리조트에서 발생한 붕괴 사고로 10명의 신입생 등이 사망한 가운데, 유족들이 부산외대 학교 측과 코오롱 측의 무성의한 대응에 울분을 토했다.
이번 사고로 안타깝게 목숨을 잃은 고 이성은(20·여·베트남어과)양의 아버지는 오후 4시30분께 울산 북구 21세기좋은병원을 찾은 부산외대 관계자들에게 "꽃도, 얼굴(영정)도 하나 없이 이렇게 둘 수가 있냐"며 "학적부에 사진이 다 있는데···"라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족들은 "이 지경이 됐는데도 총장은 안오고 있다"며 "아무리 그래도 당신들이 그래선 안된다. 실행이 중요한거요"라며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당초 이날 오전 유족들과 부산외대, 코오롱 관계자들은 장례 절차와 보상 등을 논의할 예정이었지만 유족들이 코오롱 측의 무성의한 태도에 반발하며 협의를 거부했다.
이웅열(58) 코오롱 회장은 오전 병원을 방문해 "뭐든지 저희가 할 수 있는 것은 다하겠다"면서도 "리조트 건물의 보험 문제는 잘 모르겠다"는 말을 남긴 채 장례식장을 떠났다.
오후 5시께 다시 병원을 찾은 학교와 코오롱 관계자들이 유족들과 대화를 시도 중이지만 아직까지 입장차만 확인하며 뚜렷한 합의점을 찾진 못한 상태다.
협의장 안에서는 코오롱 측의 태도에 미진한 부분이 많다는 지적과 함께 유가족의 고성이 오가고 있다.
이날 안철수 새정치연합 중앙운영위원장을 비롯한 정치인들도 유가족을 찾았지만 이들의 울분을 가라앉히지는 못한 상태다. 안 위원장은 유족들 앞에 무릎을 꿇기도 했다.
그는 "참담한 마음으로 왔다. 생각보다 현장이 좁게 느껴진다. 원인을 밝히고 담당자 문책을 해야겠지만 이런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국회에서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고 김진솔(19·여·태국어과) 학생의 아버지 김판수씨는 슬픔을 억누르며 "두번 다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우리 딸이 마지막으로 희생하는 것으로 하고 잘 부탁드린다"는 뜻을 안 의원에게 전했다.
김 씨는 "딸은 가이드가 꿈이었다. 뭐시 그렇게 급해서 갔노. 아빠가 미안하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사망자들의 빈소는 21세기좋은병원과 부산성모병원 등으로 흩어져 있으며 부산 남산동 부산외대에 합동분향소가 차려져 있다.
경주=이혜영·김동표·박준용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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