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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남북 고위접촉 빈손…이산상봉 전망도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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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신범수 기자] 6년2개월 만에 열린 첫 남북 고위급 접촉에서 북한이 한미군사훈련을 이산가족 상봉 행사와 연계시킴으로써 상봉 행사가 불투명해졌다. 통일부가 오는 15일 상봉행사 준비 선발대를 파견할 예정인데 북측의 명단 수용여부는 행사 개최 여부를 판가름할 수 있는 단초가 될 전망이다.


북측은 12일 접촉에서 오는 24일부터 예정된 키리졸브·독수리 연습을 25일 끝나는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로 연기할 것을 계속해서 요구했다고 통일부가 전했다. 이에 우리 측은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군사훈련을 연계하는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문제와 군사적 사안을 연계시켜서는 안 된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고 맞섰다.

양측은 이날 대화를 밤 12시 가까이 이어갔지만 각자 주장을 끝까지 굽히지 않아 고위급 접촉은 눈에 보이는 성과 없이 끝났다. 일부 언론이 보도한 것과 달리 천안함 폭침 이후 취해진 대북 제재조치인 5·24조치 해제와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는 이번 접촉에서 전혀 논의되지 않았다.


그러나 통일부 당국자는 “남북한 관심사항에 대한 서로의 생각을 확인하는 자리였다”는 것은 성과라고 자평했다. 청와대도 “북측 지도부의 생각을 확인한 중요한 기회가 됐다”고 평가했다.

청와대 핵심관계자는 “(이번 접촉을 통해) 북측의 의도를 확실히 알게 됐고 한반도신뢰프로세스에 대한 우리의 생각과 대통령의 대북정책을 소상히 설명했다”고 밝혔다. 그는 "북측이 이른바 존엄 모독, 언론 비방 중상 등에 대해 얼마나 크게 생각하는지, 키리졸브 훈련에 대해 얼마나 크게 생각하는지 등 생각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됐다”면서 “특히 김정은 제1위원장의 직계라인과 직접 대화할 기회였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의미부여에도 오는 20~25일 개최될 이산가족 상봉행사에 대해 북측이 확실한 답을 하지 않아 통일부는 애를 태우고 있다. 통일부 당국자는 “북측은 군사훈련 연기는 분명히 요구했지만 이산상봉에 대해서는 ‘한다’ ‘안한다’ 이렇다 할 말을 하지 않았다”면서 “상황이 불투명해졌다”고 평가했다.


이 같은 기류 때문에 지난해 9월처럼 북한이 정세를 이유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취소하는 게 아니냐는 관측도 조심스럽게 제기되고 있는 실정이다. 이 당국자는 “오늘이나 내일 북한 측이 이번 접촉에 대한 입장을 발표할 것으로 보이는 만큼 상황을 예의주시하고 있다”면서 “일단 상황을 봐야 한다”고 말했다.


통일부는 이와 별개로 인도적 행사인 상봉행사는 합의대로 열려야 한다며 준비를 차근차근 진행하고 있다. 통일부는 상봉준비를 위해 오는 15일 선발대를 금강산으로 보낼 예정으로 있다. 이변이 없는 한 하루 전 명단을 전달하면 금강산으로 가는 데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우리 측은 선발대를 파견해 9대의 제설장비와 인력을 동원해 최고 230~240㎝ 쌓인 눈을 치우는 데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이와 관련, 통일부 관계자는 “북한 측은 금강산 호텔의 여직원까지 동원해 눈을 치우는 등 상봉행사 개최 의지가 매우 확고한 것처럼 보였다”고 설명했다.


통일부는 상봉 장소인 금강산 일대가 해양성기후로 서울보다는 기온이 섭씨 2~3도 정도 높지만 눈에 습기가 많아 얼어붙으면 고령의 상봉참가자들이 어려움을 겪을 수 있다고 보고 제설에 총력을 기울일 방침이다. 아울러 숙소가 될 금강산호텔의 난방을 위한 전기공급 문제를 풀기 위한 대책도 마련 중이다. 현대아산 측에는 기온이 매우 낮은 화장실 난방을 위한 별도조치를 마련하도록 제의했다.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전망이 불투명해졌지만 우리 측이 이날 접촉에서 이산가족 상봉 이행을 통해 남북 간 신뢰를 쌓아나갈 것을 제안했고 북측이 이런 기본 취지에 공감을 표했다는 점에서 행사 무산 가능성을 속단하기는 일러 보인다. 북한은 지난해 추석에 이어 이번에 다시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무산시킨다면 향후 남북관계가 크게 경색되고 필요한 경제지원을 받을 수 없다는 것을 분명히 인식하고 있는 만큼 이번에는 예정대로 진행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오고 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 기자 jacklondon@asiae.co.kr
신범수 기자 answer@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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