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6년2개월 만에 처음 열린 남북 고위접촉이 성과없이 끝났다. 북한은 24일부터 열리는 키 리졸브 등 한미 군사훈련을 이산가족 상봉행사 이후로 연기할 것을 요구했다. 이에 따라 20~25일로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행사 개최 여부도 불투명해졌다.
통일부는 12일 판문점 우리 측 지역 ‘평화의 집’에서 남북 고위급 접촉을 갖고, 전체회의 2회, 수석대표 접촉 2회 등 총 4번의 접촉을 통해 남북 간 상호 관심사안에 대해 격의 없이 의견을 교환했으나 구체적인 합의 없이 회의를 마쳤다고 밝혔다.
남북 고위급 접촉은 북측의 제의로 박근혜정부 출범 이후 처음이자 노무현 정부시절인 2007년 12월 장관급 접촉 이후 6년2개월 만에 열렸지만 아무런 합의에 도달하지 못한 채 끝났다.
이번 접촉은 사전에 의제 조율이 되지 않은 채 열려 구체적 합의가 도출되기는 어려울 것이란 관측이 많았다. 양측은 그러나 합의문은 아니더라도 공동 보도문을 도출하기 위해 밤 늦게까지 접촉을 이어갔지만 합의 도출에는 실패했다.
이에 따라 북측 대표단은 13일 0시10분께 협상장을 철수, 판문점 북측 지역으로 귀환했다.
이날 접촉에서 우리 측은 정부의 대북 기조인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를 설명하고 특히, 예정된 이산가족 상봉행사의 차질없는 개최가 남북관계 개선의 첫 단추임을 강조했다. 특히 남북 간 합의사항인 이산가족 상봉 이행을 통해 남북 간 신뢰를 쌓아나갈 것을 제안했다.
이에 대해 북측은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기본 취지에 공감을 표하면서도, 남북관계 개선을 위해서는 우리 측이 북한 국방위원회가 제안한 상호비방과 군사적 적대행위 중단 등 '중대제안'을 받아들일 것을 요구했다.
특히 북측은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군사훈련을 연계시키며, 24일부터 예정된 키 리졸브와 독수리연습을 이산가족 상봉 행사 이후로 연기할 것을 지속적으로 요구해 합의점을 찾지 못했다.
우리 측은 이에 대해 이산가족 상봉과 한미 군사훈련을 연계하는 것은 순수한 인도주의적 문제와 군사적 사안을 연계시켜서는 안된다는 원칙에 위배되는 것으로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을 전했다고 통일부는 밝혔다.
북측은 또 자신들의 ‘최고존엄’, ‘체제’에 관한 우리 국내 언론보도 내용을 트집잡으며, 우리 정부가 언론을 통제해야 한다는 주장을 폈지만 우리 측은 우리 언론에 대한 정부의 통제란 있을 수 없는 일임을 분명히 했다.
정부 당국자는 이와 과련,"북측 대표에 우리의 대령급에 해당하는 대좌 2명이 포함돼 있어 이산가족 상봉행사와 군사훈련을 연계시킬 것을 예상했다"면서도 "남북은 오늘 논의된 사안들에 대하여 지속적으로 협의해 나가기로 했다"고 전했다.
한편, 이날 고위접촉에는 우리 측에서는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규현 1차장을 수석대표로, 청와대·통일부·국방부 관계자 등 5명이, 북측에서는 원동연 통일전선부 제1부부장을 단장으로, 국방위·통전부 관계자 등 5명이 각각 참석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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