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종길 기자]“2연속 우승에 대한 굉장한 부담을 이겨낸 것 같아 기분이 좋다.”
이상화(25·서울시청)가 소치 은반 위에 새로운 역사를 새겼다. 11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들레르 아레나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여자 500m 경기에서 1,2차 레이스 합계 74초70의 올림픽 신기록으로 금메달을 땄다. 2002년 솔트레이크시티 대회에서 카트리오나 르메이돈(캐나다)이 세운 74초75를 12년 만에 0.05초 단축했다. 한국 스피드스케이팅 선수 최초로 동계올림픽 2연속 우승에도 성공했다. 미국의 보니 블레어(1988년·1992년·1994년), 르메이돈(1998년·2002년)에 이은 역대 세 번째 이 종목 2연속 우승이다.
한국 선수단에 첫 금메달을 안긴 이상화는 “올림픽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뛴 것이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밝혔다. 이어 “1차 레이스에서 브리트니 보우(29·미국)가 동등하게 뛰어주지 못해 여운이 남는다. 2차에서 함께 뛴 왕 베이싱(29·중국)이 잘해줘서 다음 기록이 잘 나올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상화는 18조 아웃코스에서 보우와 함께 1차 레이스를 했다. 초반 100m 구간을 10초33의 가장 빠른 기록으로 통과한 뒤 곡선 구간을 지나면서 상대를 따돌렸다. 결승선 통과 기록은 37초42. 36명 가운데 1위였다. 지난해 11월 미국 솔트레이크시티 2차 월드컵에서 세운 세계기록 36초36에는 못 미쳤으나 4년 전 1차 레이스에서 작성한 38초24를 0.82초 앞당겼다.
이상화는 2차 레이스에서도 압도적인 기량을 발휘했다. 마지막 조 인코스에서 왕 베이싱(29·중국)과 경쟁하며 100m 구간을 전체 1위인 10초17로 통과했다. 이후 폭발적인 가속도로 직선 구간을 질주한 뒤 37초28만에 결승점에 골인했다. 2차 레이스 기록 역시 르메이돈의 37초30을 0.02초 앞당긴 올림픽 신기록이다. 우승이 확정된 직후 이상화는 두 손을 번쩍 들고 눈시울을 붉혔다.
그는 “4년 전 밴쿠버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경험했지만 힘들었던 순간이 스쳐지나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났다”고 했다. 이어 “결국 2연패를 성공했고 해냈다. 지켜봐주신 모든 분들께 감사드린다. 1000m에서도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했다. 함께 훈련한 모태범(25·대한항공), 이승훈(26·대한항공)에 대한 응원도 당부했다. 이상화는 “메달이 없어 속상하고 눈물도 났지만 남은 종목에서 집중해 잘 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한편 러시아의 올가 파쿨리나(24)는 합계 75초06으로 은메달을 목에 걸었다. 동메달은 75초48을 남긴 마르곳 보어(29·네덜란드)에게 돌아갔다. 이보라(28·동두천시청)는 77초75로 20위, 김현영(20·한국체대)은 78초23으로 24위, 박승주(24·단국대)는 78초31로 26위에 각각 자리했다.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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