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프로 스트레이트타임스 유럽 특파원 칼럼서 호평
[아시아경제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이달 취임 1년을 맞는 박근혜 대통령이 새롭고 적극적이며 더욱 일관된 한국 외교정책의 기반을 마련했다고 싱가포르 유력 일간지 스트레이츠 타임스의 유럽 특파원이 평가해 주목을 받고 있다.
조너선 이얄 스트레이츠 타임스 유럽 특파원은 지난 3일 ‘박대통령 한국 외교정책 활성화'라는 제목의 기사에서 박 대통령이 전 세계 다른 선출직 정치인과 마찬 가지로 1년을 맞으며 경제번영과 국민행복의 지속이라는 공약을 이행할 것이라면서 이같이 평가했다.
이얄 특파원은 “박 대통령은 전임 지도자들이 취한 정책들의 운 좋은 수혜자라고 할 수 있다”면서도 전임자들과 다르다고 지적했다. 한국의 전임 대통령들의 외교정책은 북한의 군사적 위협을 차단하고 미국으로부터의 군사 보장을 확보해야 한다는 전통의 선입견에 지배됐고 이런 편견은 분열을 조장했다. 한 전임 대통령은 대북 ‘햇볕정책’을 펴면서 미국과 거리를 두었고 다른 전임 대통령은 이와 반대로 북한을 배척하고 미국을 끌어안고자 했지만 어떤 접근법도 의도대로 작동하지 않았으며, 대통령들은 희망했던 것보다 훨씬 적은 외교적 성과를 이룬 채 퇴임했다고 그는 지적했다.
반면, 박 대통령은 처음부터 이런 함정에 빠지지 않겠다는 뜻을 보였으며, 자기의 대북정책을 ‘신뢰외교(Trustpolitik)’라고 이름지었다. 그는 ”냉전 시기 서독의 동방정책을 차용한 신뢰외교가 정확히 구체적으로 무엇을 의미하는지를 아는 사람은 없지만 모호함이 신뢰외교의 핵심“이라고 풀이했다.
박 대통령은 대북정책 성과에 대한 기대치를 의도적으로 낮추고자 하면서, 다른 국가들에게는 여전히 지속성과 예측가능성을 원칙으로 삼고 있음을 확신시켰다고 그는 평가했다. 박 대통령은 “손바닥도 마주쳐야 소리가 난다”는 한국 속담을 즐겨 인용하여 북한의 상응하는 움직임 없이는 이룰 수 있는 게 많지 않음을 보여주었으며, 한국과 미국을 핵무기로 분쇄해 버리겠다는 북한의 위협에도 냉정을 잃지 않고, 다른 위협으로 맞서려는 유혹도 뿌리쳤다고 그는 강조했다.
그는 박 대통령의 외교정책 중 가장 흥미로운 혁신은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NAPCI)이라고 평가하고 이 구상은 유럽의 냉전 시기 경험 중 특히 1970년대 ‘헬싱키 프로세스’를 본 딴 역내 정부들 간 새로운 연결망이라고 해석했다. 그렇더라도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은 분쟁을 다룰 다자협력체제가 부재하다는 역내 최대 공백을 메우고자 한다는 점에서 절묘한 구상이라고 그는 호평했다.
한국 정부 당국자들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6월 중국 방문을 계기로 중국과의 우호관계 강화를 확고히 추진한 것을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증진의 첫 번째 단계로 내세우고 있다고 그는 소개하고 중국과의 긴밀한 관계를 통해 박 대통령은 대북정책에서 중국의 도움을 얻을 기회를 가질 수 있으며, 중국을 건설적인 지역 안보대화에 참여하도록 설득할 수 있는 현실적인 전망을 제공한다고 강조했다.
물론 그는 문제점도 지적했다. 한국이 중국과의 관계 증진을 서두르다가 도를 넘어 아무것도 얻지 못할 수도 있으며 북아 평화협력 구상이 중국의 역내 행동방식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증거도 희박하다고 썼다.
그는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 실현에 훨씬 더 큰 장애물은 역내 모든 국가들이 '자기 역사를 재검토하는 것에서 시작해야 한다'는 박 대통령의 주장이며 이는 일본의 한반도 점령 및 2차 대전 당시 행위에 대한 사죄 요구를 직접 가리키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는 이어 중국과 협력해 일본을 비난하는 것은 분쟁을 악화시킬 뿐이라고 지적했다.
이얄 특파원은 그러나 동북아 평화협력 구상이 단기로 지지를 얻지 못한다고 해도 머지않아 이와 유사한 역내 협력체제가 고려돼야 한다는 점에는 의심의 여지가 없으며, 박 대통령이 역내 안정의 핵심 요소들을 구체화했을 뿐 아니라 한국을 핵심 행위자의 위치에 올려놓았다는 말로 글을 매듭지었다.
박희준 외교통일 선임기자 jacklondo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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