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정민 기자]# 새벽 5시 기상. 아침 운동 후 가장 먼저 출근해 넓은 책상에 쌓여 있는 보고서를 하나하나 살펴본다. 정확한 분석엔 고개를 끄덕이지만 잘못된 부분이 발견되면 직원을 불러 호되게 지적한다. 미팅 장소에 나갈 땐 언제나 복장은 말쑥한 정장 차림, 환한 미소는 필수다. 가장 먼저 출근했지만 퇴근은 가장 늦다.
최고경영자(CEO)라는 말을 들었을 때 떠오르는 이미지는 냉철함과 완벽함이다. 이런 면이 그들의 사생활을 궁금케 한다. 업무 밖 CEO들의 관심사는 어떨까.
5일 업계에 따르면 이상훈 한솔제지 대표는 주변으로부터 '얼리어답터'라는 소리를 자주 듣는다. 최신 전자기기 쓰는 재미에 푹 빠져 있기 때문이다.
이 대표는 최근 기자와 만남에서 생경한 모습을 보였다. 손목에 찬 갤럭시기어로 통화를 하고 있던 것. 그는 "전화도 할 수 있고, 메시지도 확인할 수 있다"며 화면을 이리저리 넘기며 설명했다. 손녀 재롱 보는 재미로 산다는 게 이 대표의 설명이다. 스마트폰이 손주 사랑을 이어준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인 카카오톡을 통해 딸과 손녀 사진, 동영상 등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이다. 62세 나이가 무색할 정도로 전자기기 사용에 능한 이 대표다.
십여년전 어깨 통증으로 병원을 드나들다 지인의 소개로 국궁(國弓)을 접한 김영훈 대성그룹 회장은 그 후 국궁 마니아가 됐다. 매일 새벽 4시 활을 당기는 체조로 하루를 시작한다. 평소에도 활터를 찾아 하루 100여 발의 활을 쏜다. 집 뜰에 활터를 마련해 놨으며, 서울 종로구 사직동 인왕산 기슭의 국궁장인 황학정도 자주 찾는다. 집무실 한 켠에 과녁을 만들어 생각날 때마다 활시위를 당길 정도다. 활쏘기를 통해 집중력을 높였다는 김 회장은 직원들이나 외부 손님에게도 활을 선물하며 '국궁 전도사'로 나서고 있다.
송하경 모나미 대표는 애완견 사랑이 유별난 것으로 유명하다. 아예 용인 사옥 옥상에 견사를 지어 개를 키우고 있다. 그래야 업무 시간에도 자주 볼 수 있다는 생각에서다. 송 대표는 특히 중ㆍ대형 견공을 선호해 도베르만, 복서 등의 사역견(Working Dog) 전문 훈련소인 모나미랜드도 설립했다. 그는 여기선 모나미 대표가 아닌 전문적으로 개를 훈련시키는 브리더로 활동한다.
축구에 심취해 TV출연까지 이어진 경우도 있다. 로봇청소기 업체 마미로봇의 장승락 대표다. 장 대표는 지난 2009년부터 매주 금요일 퇴근 후 전 직원과 함께 축구시합을 한다. 장 대표는 "축구를 통해 직원들 상호간의 소통과 화합할 수 있는 시간을 갖고 독특하고 유기적인 기업문화를 만들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한번 했다하면 4~5시간은 기본이다. 지난해 한 직원이 KBS 고민 상담 토크쇼에 장 대표의 과한 축구사랑을 제보하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는 "CEO들의 남다른 취미생활은 쌓인 스트레스를 날리고 업무에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측면에서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정민 기자 ljm1011@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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