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女力國力]여자는 왜 면접 질문부터 달라지나

시계아이콘읽는 시간02분 42초

女力이 國力이다-10대 과제 집중 조명

-[10대과제 ③편견]능력보다 선입견이 입사 장애물…女 기업인도 이중잣대 경험
-꾸준한 사회진출·우수한 능력 발휘가 '편견의 벽' 깨는 무기


[아시아경제 박혜정 기자]#1. 외국에서 생활용품을 들여와 파는 여성 최고경영자(CEO) 이지혜(가명)씨는 지난해 '이민하'(가명)라는 이름으로 개명했다. 팩스, 이메일을 통해 판매 제안서를 보내면 여자라는 이유로 내용은 보지도 않고 거부당하는 일이 많아서다. 고민을 거듭하다 중성적인 이름으로 바꿨더니 일단 만날 기회가 주어졌다. 이씨는 "영업 쪽에는 아직까지 군대, 접대문화가 남아있는 데다 여자는 깐깐하고 말이 안 통한다는 선입견이 있어서 꺼려한다. 이런 선입견이 싫어 중성적인 이름으로 바꿨다"며 허탈함을 감추지 못했다.

#2. 2년 전 창업한 육아용품 제조업체 대표 A씨의 명함에는 '대표'라는 직급이 없다. 대신 '실장'이라고 새겨 넣었다. 수많은 시행착오 끝에 여성 대표라는 타이틀이 일선 현장에서 전혀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사실을 깨닫고 난 이후부터다. 마이너스가 될 바에야 성과 직급 모두를 지우는 것이 낫다고 판단한 것이다.


여성에 대한 편견이 '어느 정도' 사라졌다고 하지만 예나 지금이나 이중 잣대는 변함이 없다. 여성이 사업을 한다고 하면 "여자가 해봤자 얼마나 하겠어" "여자가 사업을 하다니 대단한데"라는 상반된 반응이 교차된다. 과거 "여자가 어딜 감히"라는 무시 섞인 반응 일색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한결 나아졌어도 여성 사업가는 평범함을 벗어난 '일탈'로 비친다.

◆취업·직장·사업…전 분야에 퍼져있는 편견= 일하는 여성에 대한 편견은 분야를 막론하고 널리 퍼져있다. 여성들은 사회에 첫발을 내딛기 전부터 편견과 맞서야 한다. 올해로 4년차인 직장인 김 모(32)씨는 입사 준비 때를 떠올리면 숨이 막혀온다. 중소기업에 면접을 보러 갔더니 가족 관계가 어떻게 되냐는 질문으로 시작해 남자친구는 있냐, 결혼해도 회사를 계속 다닐 것이냐, 육아휴직은 어떻게 생각하냐 등의 질문을 끊임없이 받았다. 김씨 개인 능력에 대한 질문은 묻혀버렸다. 김씨는 "여성 직장인에 대한 편견으로 가득 찬 회사에서 일하지 않게 된 것을 다행이라고 생각한다"며 씁쓸해했다.


특히 지난 수십년간 철저히 남성 영역이었던 분야일수록 여성에 대한 편견은 더욱 심하다. 여성이 대표로 있는 사업체 수는 2003년 108만6102개에서 2007년 111만6824개로 소폭 늘었다. 여성 기업체를 통계 자료로 파악하기 시작한 1997년(92만4380개)에 비해서는 20.8% 증가했다.


그러나 여성 기업을 바라보는 시선은 곱지 않다. 여성 사업가들이 은행에 대출을 받으러 갔더니 바지사장이냐, 남편을 데리고 와라 등의 이야기를 들었다는 씁쓸한 일화는 유명하다. 무시와 괄시의 수준은 낮아졌다지만 여전히 여성 기업이라서 겪는 애로사항인 것만은 분명하다. 아시아경제신문과 한국여성벤처협회가 중소기업 여성 CEO 100명을 대상으로 '여성 CEO로서 느끼는 경영상의 한계'에 대한 설문조사를 한 결과(2013년)에서도 '여성기업이라는 이유로 금융기관 자금 대출이 힘들 때'(15%)를 토로하는 비율이 꽤 높았다.


여성 기업의 자질과 능력에 의구심을 갖는 시선도 여전하다. 이은정 한국여성벤처협회장(한국맥널티 대표)은 "여성 기업은 사업을 잘 못하고 영세하다는 편견이 있는데 여성이 기업을 하면 투명하고 기술력이 있다고 생각하는 분위기가 돼야 한다"면서 "모두 바뀌려면 시간이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직도 상황은 비슷하다. 과거 술 접대 주위의 영업 방식이 남아있는 탓에 여성이 적응하기란 쉽지 않다. 최영 펀비즈 대표는 "남자들은 술 먹고 형님, 동생 하거나 서로 담배를 피우면서 친해지는데 여자들은 그러기 힘들다"며 "남자들의 영업방식을 넘어서기 어려운 부분이 적지 않다"고 전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보수적인 제약 영업조차 변화의 바람에 휩쓸리고 있다는 점이다. 국내 제약사의 경우 보통 전체 영업사원의 10% 안팎이 여성으로 채워졌다. 비율상으로는 높지 않지만 변화가 시작된 것만은 분명하다. 한 제약사 관계자는 "보수적인 제약업계 특성상 남자 영업사원이 대다수를 차지했지만 최근 들어 섬세하고 감성적인 면을 무기로 여자 영업사원 비율이 점차 늘고 있다"고 했다.


◆견고한 편견의 벽을 어떻게 깰까= 요즘은 시대가 달라졌다. 아직 여성에 대한 서슬 퍼런 편견이 존재하는 분야도 있지만 일부는 "그땐 그랬지~"라면서 웃어넘긴다. 이런 분야를 보면 어떻게 해야 견고한 편견의 벽을 깰 수 있는지 해답이 보인다.


과거 여의사를 거부했던 때가 있었다. 환자가 여의사는 못 미덥다고 남의사에게만 진료를 받겠다고 한 경우다. 환자뿐만 아니라 같은 의사 조직 내에서도 여의사를 '배척'했었다. 성형외과, 이비인후과 등 메스(수술용 칼)를 드는 과는 여성 레지던트를 받지 않았다고 한다. 그러나 지금은 이런 과의 절반이 여성이다. 의과대학 입학생 중 여학생 비율이 점차 늘면서 일어난 변화다. 의사 출신인 양윤선 메디포스트 대표는 "최근 의대의 여학생 비율이 60%를 넘는다"면서 "사회적인 인식 전환과 맞물려 다수가 몰리면 여성에 대한 인식이 바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결국 '수'와 '능력'으로 이기면 된다는 얘기다.


이은정 여성벤처협회장도 같은 이야기를 꺼냈다. '스타 기업'이 나와야 여성 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했다. 피겨선수 김연아가 여자라는 꼬리표를 떼고 '김연아 그 자체로' 능력을 인정받은 것처럼 말이다. 이 회장은 "잘하는 여성 스타 기업들이 코넥스에서 코스닥으로 가고, 코스피도 가고 하는 성공 사례가 연달아 나오면 자연스럽게 여성 기업에 대한 인식이 바뀔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남성과 어깨를 견주려 일부러 스스로를 '남성화'시킬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남성과 여성의 차이를 인정하고 되레 여성만의 강점을 살려 경쟁력을 키우고 편견을 뛰어넘으라는 것이다. 대신 '여자라서 못한다'는 나약한 생각은 스스로 버려야 한다. "직장 생활 내내 여성의 틀을 계속해서 깨야 성공할 수 있다"고 박혜린 옴니시스템 회장은 말했다. 이경옥 동구제약 회장은 "남자와 똑같이 경쟁하려 하기보다 여성 특유의 부드러움을 부각하는 것이 오히려 경쟁력이 될 수 있다"고 조언했다.




박혜정 기자 parky@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