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플, 사실상 백기투항 요구…삼성 내부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든 제안" 성토
[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 애플이 삼성전자에 특허 협상 조건으로 반(反)복제 조항 합의를 요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삼성전자 측은 말을 아끼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특허 분쟁의 명분을 흔들 만큼 받아들이기 힘든 조건으로 여기고 있어 수용 여부는 불투명하다.
20일(현지시간) 특허 전문 블로그 포스 페이턴츠 등 외신에 따르면 애플은 삼성전자와의 합의문에 애플 제품을 베끼지 않겠다는 내용의 반복제 조항을 넣고 삼성전자가 이 조항에 동의해야만 협상을 타결할 수 있다고 주장한다.
애플은 라이선스 금액에 대해서는 유동적인 입장이지만 반복제 조항과 관련해서는 물러서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 측은 "애플과의 협상과 관련해서는 확인해 줄 수 없다"며 말을 아끼고 있다. 그러나 내부적으로는 애플의 요구가 2011년 4월 시작돼 2년9개월여에 걸친 특허 소송의 명분 자체를 잃게 만드는 것으로 사실상 수용하기 힘든 제안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애플의 요구를 받아들인다는 것은 지금까지 애플 제품을 베꼈다는 상대방의 주장을 그대로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애플의 요구를 마냥 무시하기도 쉽지만은 않은 상황이다. 미국 법원이 삼성전자의 특허 침해만 인정하고 삼성전자가 지급해야 할 손해배상액도 소폭 감액하는 데 그치는 등 현지 분위기가 애플에 유리하게 돌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가운데 루시 고 판사가 직접 나서 합의를 권고했기 때문에 애플에 무작정 날을 세우기도 눈치가 보이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애플의 반복제 조항 요구를 수용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애플 또한 물러서지 않는 만큼 이렇게 되면 양사의 특허 분쟁은 앞으로도 당분간 평행선을 달릴 것으로 예상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의 반복제 조항 요구는 사실상 삼성전자의 백기투항 요구나 다름없다"며 "삼성전자가 반복제 조항과 관련해 어떤 선택을 할지가 양측 합의의 최대 변수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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