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금인상 했지만 '기사처우개선 가이드라인' 뒷전…1명이 최대 15개 법인 보유 '개선 걸림돌'
[아시아경제 이혜영 기자] "차에 받히기 싫으면 비켜요!"
20일 오후 서울시와 자치구 소속 공무원 26명이 서울 강서구에 있는 법인 택시회사를 찾았다. 배기가스 배출 기준과 스마트카드 리더기의 설치 위치 등 여객자동차 운수사업법을 제대로 준수하는지를 살피기 위해서였다.
취재진이 단속반과 함께 모습을 드러내자 업체 측은 강하게 반발했다. 직원 여러 명이 차례로 나와 입구에서부터 취재진을 막아섰고 회사 내부를 공개하는 것에 극도로 민감하게 반응했다. 단속 공무원에게도 언성을 높이며 "단속 과정을 공개해야 할 이유가 없다"고 날을 세웠다.
이 업체는 서울시가 지난해 요금인상의 전제조건으로 내걸었던 기사 처우와 서비스 개선을 하지 않고 '버티기'로 일관해 온 곳이다.이 업체가 영업 중인 건물에는 동일 대표자 명의로 등록된 D교통, D운수, G운수, S택시 등 4개 업체가 입주해 있다. 시 관계자가 대표적인 '문제 업체'로 지목한 네 회사는 법인명은 다르지만 사실상 한 업체였다.
이 회사 공동 대표이사 J씨가 소유한 택시법인은 15개. 등록 사업자 중 가장 많은 법인을 소유하고 있지만 J씨 외에도 적잖은 업체의 대표가 다수의 법인을 운영하고 있다. 3곳 이상의 택시법인을 운영 중인 사람이 5명, 2개 이상을 보유한 사업자는 21명에 달했다. 전체 255개 법인 가운데 상당수가 동일한 대표 체제에서 운영되고 있는 것이다. 전체 법인택시 2만2787대 가운데 J씨가 보유한 회사에 발급된 면허대수는 1489대. 2개 이상의 법인을 소유한 대표자의 면허까지 모두 합하면 4500대에 육박한다. 전체 255개 택시 법인회사에 발급된 면허의 20%가까이를 차지하는 셈이다.
문제는 이렇게 다수의 업체를 운영하는 대표들이 특히 시에서 요구하는 서비스개선 등 이행사항을 집단적으로 거부하고 있다는 점이다. 다수의 업체를 소유한 이들끼리 일종의 '이너 서클'을 형성해 택시 서비스 개선을 막고 있는 것이다.
법인택시를 5년 가까이 운행하고 있는 김제형(47세ㆍ남)씨는 "직계가족이나 친인척간 대표명의를 빌려주고 실제 운영은 한 사람이 하는 경우까지 포함한다면 실제로는 훨씬 더 많은 업체들이 서로 끈끈하게 연결돼 있다"며 "임단협 같은 사항을 서로 공유하면서 담합행동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과점 구조'가 택시업계의 불합리를 낳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단속반이 찾아간 4개 업체는 모두 서울시와 중앙임금협상단이 만든 기준을 따르지 않았다. 요금 인상 이후 사납금을 2만5000원 이상 올리지 못하게 한 것은 지켰지만 대신 1일 근로시간을 5시간40분으로 낮춰 기본급을 적게 지급했다.
이처럼 시가 임금협정 가이드라인 준수 이행 현황을 점검한 결과 현재까지 체결을 완료한 곳은 144곳으로 전체의 56.5%에 불과하다. 111곳은 미체결 상태이며, 체결한 업체 중 협정 기준을 지키지 않은 곳도 40곳이나 됐다.
시는 택시회사의 이 같은 버티기에 강력 단속 의지를 표명했지만 해결책을 마련하기가 쉽지 않은 상황이다. 1인당 택시회사 수나 면허대수를 제한할 법적 근거가 없고, 보조금을 끊거나 혜택을 줄이는 것 외에는 별 수단이 없기 때문이다.
시는 등록된 모든 법인택시 업체가 가이드라인을 준수할 때까지 무기한 특별점검을 실시하고 미준수업체에 대해선카드결제와 관련해 지급되던 보조금을 중단하는 등 재정적 불이익을 줄 것이라고 예고했다. 또 소방·환경·위생·세무·노동 등으로 점검분야를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이혜영 기자 itsm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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