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담사도 모르는 결합상품 가격과 스펙, 홈CCTV 가능 단말기종은 딱 6개
[아시아경제 박성호 보도팀장]처음부터 삐거덕거렸다. 그러더니 결국 잡음이 파열음으로 이어졌다.
국내 2위 이동통신사라는 LG유플러스의 결합상품을 사용하려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스트레스만 잔뜩 어깨에 얹은 것이다.
집에 CCTV를 달고 싶던 차에 현재 쓰고 있는 LG유플러스 인터넷과 홈CCTV를 결합한 상품이 있어 지난 13일 LG유플러스 본사 상담원과 통화했다.
이 상품은 TV광고도 하고 LG유플러스 홈페이지에도 신규상품으로 등록돼 있다.
통화 내용은 출발부터 꼬였다.
기자:"인터넷과 홈CCTV 결합상품이 있던데 현재 쓰는 인터넷 약정 재연장 하면서 이 상품으로 바꾸려고요."
상담원:"네. 그러면 1만9000원 인터넷 상품에 CCTV 사용료 6000원으로 월 2만 5000원 입니다. 부가세는 별도고요."
(기자)"네?, 결합상품으로 2만3000원에 프로모션 나왔던데요. 그리고 이거 다른 통신사 단말기로도 집 내부를 볼 수 있는거죠?"
(상담원) "프로모션이요? 잠시 만요. 한번 알아볼게요. 아~ 요즘 할인해서 CCTV는 월 3000원으로 다운됐네요. 그리고 앱만 다운로드 받으시면 아무 통신사나 스마트폰으로 볼 수 있습니다.”
회사 결합상품 가격 내용도 모르는 것이 마뜩잖았지만 이 상품으로 재연장을 했다. 문제는 그 다음에 더 크게 불거졌다.
신청 다음날 14일, 설치기사가 방문하겠다는 문자를 보낸 지 정확히 2분만에 CCTV 재고가 없다며 방문일자를 다음날로 미뤘다. 아마도 저녁이 돼야 물건이 올 거라며. 재고 확인없이 설치를 하러 온다는 문자를 보낸 것도 찜찜했지만 '그럴 수도 있지'라고 넘겼다.
다음날 방문한 설치기사는 마침내 황당한 한마디를 하고 만다.
"지금 고객님 스마트폰으로는 CCTV 영상을 볼 수 없고요, 되는 기종이 6개 정도 됩니다. 안 그러면 다른 방법을 찾아봐야 하는데 업그레드 등 좀 문제가 있는데요. CCTV 설치해드린 다른 고객 몇 분도 그래서 지금 제가 골치를 앓고 있습니다."
이건 무슨 소리인가 했다. 처음에는 내 탓을 했다. '홈페이지에서 꼼꼼히 확인은 못했구나'라며. 그러나 이 상품 광고를 다시 찾아봤을 때 모니터링 가능한 단말기 기종의 제한에 대해서는 일언반구가 없다. 다른 고객들도 어려움을 겪고 있다니 나만의 문제도 아닌 듯 싶었다.
다시 LG유플러스에 전화를 해 해지 담당 상담사에게 고충을 털어놨다.
“그래요? 몇 개 기종 밖에 안 되나요? 그럼요, IPTV랑 결합해서 쓰시면 요금이 더 낮아지거든요. CCTV 말고 IPTV랑 같이 보시는게 어떠세요?”
CCTV를 설치하겠다는 고객에게 IPTV를 소개하는 상담원의 센스(?)에 놀라울 뿐이다.
상품을 파는 상담사들은 애초부터 제품이 어떤 제품인지 몰랐고 그저 가입과 재연장에 혈안이 돼 있었을 뿐이다.
이통사들의 결합상품이 봇물을 이루고 있다. 가정 내 통신수단을 소위 ‘싹쓸이’해보겠다는 의도이고 경영적으로는 바람직한 마케팅일 수 있다.
그렇다고 되는 상품, 안 되는 상품 구분 않고 고객들에게 '일단 가입하시죠'라고 유혹의 손길을 내미는 것은 미련한 짓이다.
LG유플러스 관계자는 "CCTV가 최신 상품이라 연동 가능한 스마트폰이 한정돼 있는 것이 맞다"며 "상담사나 설치기사가 이에 대한 설명이나 지식이 부족했던 것은 과실"이라고 했다.
말할 필요없이 날로 치열해지는 IT업계에서 1등과 2등의 차이가 왜 나는 지 생각해 볼 일이다. 회사에서 볼 때 작은 차이가 고객이 볼 때는 1등과 2등을 구분짓는 큰 잣대가 되기 때문이다.
박성호 보도팀장 vicman1203@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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