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근철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의 양적완화 축소(테이퍼링) 속도에 대한 논쟁이 뜨거워지고 있다.
FRB는 이번달부터 기존의 채권매입 규모를 850억 달러(90조3120억원)에서 750억 달러로 줄인다. 이제 관심은 경제에 미칠 충격을 고려하면서 테이퍼링의 속도를 어떻게 조절해야할 지로 모아지는 분위기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15일(현지시간) 워싱턴DC 외신기자클럽에서의 회견에서 “글로벌 경제에 어느 정도 밝은 빛이 보이기는 하지만, 경기 회복 속도는 아직 느리고 취약하다"면서 "각국 중앙은행은 기존 통화 확대 기조를 거둬들일 때 신중해야 한다"고 말했다.
또 "성장세가 충분히 뿌리 내릴 때까지 긴축 정책으로 돌아서는 안 되며 정책 당국은 경기 회복세가 지속 가능할 수 있게 하는 동시에 디플레이션에 빠지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세계은행도 이날 공개한 연례 세계 경제 보고서를 통해 “FRB의 테이퍼링은 점진적으로 진행돼야한다. 그렇지 않으면 신흥국 시장에서 최악의 경우 (외국 투자) 자금의 80%가 빠져나가는 파국이 빚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이미 지난해 5월과 6월 벤 버냉키 FRB 의장이 테이퍼링 가능성을 시사한 것만으로도 신흥국 시장에선 640억달러가 넘는 돈이 빠져나갔다. 실제로 테이퍼링이 본격적으로 실시되면 그 폭발력이 얼마될 지는 누구도 가늠하기 힘든 상태다.
이런 가운데 같은 날 발간된 FRB의 ‘베이지북’은 “지난해말 대다수 지역에서 경제가 완만한(moderate) 속도로 성장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그동안 사용해온 '보통에서 완만한(modest to moderate)' 수준이란 표현보다 훨씬 자신감 있는 평가다.
이를 바탕으로 월가에선 ‘10월 테이퍼링 종료설’ 이 더 굳게 자리를 잡는 분위기다. FRB가 향후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 FOMC)에서 지속적인 추가 테이퍼링에 나설 것이고, 결국 10월엔 완전 종료된다는 전망이다.
FRB의 지역은행 총재들도 기회가 있을때마다 이 문제에대해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하고 있다. 비둘기파에 속하는 찰스 에반스 시카고 연방준비은행 총재는 이날 “당분간 강도 높은 경겨부양 정책이 필요하다” 며 신중한 접근을 강조했다.
반면 지난 14일에는 리처드 피셔 댈러스 연은총재와 찰스 플로서 필라델피아 연은 총재가 “가급적 빨리 테이퍼링을 종료해야한다”고 주장, 항후 뜨거운 공방을 예고했다.
뉴욕=김근철 특파원 kckim100@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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