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이광호 기자] 동생인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에 유산 분쟁 소송을 제기한 형 이맹희 전 제일비료 회장이 2심 재판부에 편지를 띄워 진정한 화해의 마음을 전했다.
14일 서울고등법원에서 열린 이건희 회장과 이맹희씨의 차명주식 인도 등 청구 소송 결심에서 원고 대리인은 이맹희씨가 직접 법정에 출석해 소회를 밝히고 싶어했지만 건강상 문제로 걸음하지 못했다며 편지로 대신했다.
이맹희씨 대리인은 "아버지는 7남매에게 너무나 위대하면서도 어려운 분이셨고, 저는 그런 아버지가 세운 삼성가 집안의 장자로 삼성그룹의 사업을 추진하며 발전을 도왔다"며 "그룹내 역할이 커지며 아버지와 부딪히게 됐고 결국 아버지의 믿음을 저버렸다"고 운을 뗐다.
그는 이어 " 아버지는 철두철미한 분이셨지만 아무런 유언을 남기지 않고 의장인 소군과 가족들로 구성된 승지회라는 모임을 만들어 주었을 뿐"이라며 "서로간의 이해관계를 통해 삼성이라는 조직을 끌어나가기 보다는 가족간의 우애와 건설적인 견제를 통해 화목하게 공생하며 살라는 의도였다고 생각된다"고 술회했다.
또한 "아버지에게 미움받고 방황할 때도 가족은 끝까지 저를 책임지고 도와줬다"며 "지금도 가족에게 너무 큰 고마움과 미안함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또 이건희 회장이 삼성그룹 경영권을 승계한 시점의 정황도 설명했다.
대리인은 "아버지가 돌아가신 직후 (이)건희가 한밤중에 찾아와 모든 일을 제대로 처리할테니 조금만 비켜있어 달라고 하면서 조카들과 형수는 본인이 잘 챙기겠다고 부탁한 적이 있다"며 "11살이나 어린 막내에게 그런 말을 들으니 속에서 천불이 나고 화가 났지만 그것이 사랑하는 나의 가족과 삼성을 지키는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믿어주었다"고 증언했다.
하지만 "재현(CJ 회장)이가 회사를 잘 키우고 (이)건희가 약속을 잘 지킨다고 생각했지만 (이)건희가 가족들에게 한 일을 나중에 알게 됐다"며 "CJ가 대한통운을 인수하는데 방해하고, 삼성이 거래하던 대한통운 물량을 빼는가 하면 재현이를 미행하는 것도 모자라 나를 공개적으로 망신을 줬다"고 토로했다.
그는 "그동안 동생을 만나보려 했지만 동생 얼굴을 마주하는 게 어려웠고 그러던 와중 상속 포기 서류를 받고 재판 진행을 결심했다"며 "재판이 끝나면 재현이는 감옥을 가고 어떻게 될지 알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번 소송을 통해 얻으려고 했던 것은 금전적 보상이 아니라는 점도 강조하며 "마지막 노역으로 바라는 것은 (이)건희와 만나 손잡고 마음으로 응어리를 푸는 것"이라고 편지를 마쳤다.
이광호 기자 kwa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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