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임 100일 맞아 새 비전 선포한 최연혜 사장 인터뷰
자구개혁안서 부채 47.9% 절감안 내놔
국토부 산하 공기업 혁신안 중 유일하게 코레일만 통과
수서발 KTX 자회사 출범은 내부경쟁 체제 위한 것
용산 역세권 개발 부지 반환 소송 이번 주 제기 예정
[아시아경제 이초희 기자] 지난해 10월 초, 한국철도공사(코레일) 사장 선임소식을 통보받은 최연혜 사장은 장고에 빠졌다. 부채 17조원, 3만명의 거대 몸집인 코레일을 어떻게 개혁할지, 용산역세권 문제를 어떻게 해결해야 될지에 대한 고민 때문이었다. 오랫동안 철도분야에 머무르며 막연한 생각은 있었다. 철도전문가로서 자신감도 있었다.
친정인 코레일 사장에 취임, '최연혜식' 경영을 보여주려던 찰나에 변수가 생겼다. 철도파업 사태로 22일을 보내게 된 것이다. 법과 원칙을 강조하며 뚝심으로 버텼고 파업은 종료됐다. 숨고를 틈도 없이 파업 후속조치를 하면서 '진짜' 경영을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취임 100일을 맞아 새 비전을 선포, 본격적인 혁신작업에 나섰다. 시작도 좋았다. 지난 6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 사전검토 자리에서 코레일만이 유일하게 통과된 것이다. 경영 개선안 숙제를 해결한 최 사장이 이제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부지를 반환받기 위한 작업에 착수했다. 그가 올해 가장 중점목표로 세운 '흑자경영'을 위해 풀어야 될 첫 단추이기도 하다.
최 사장은 13일 본지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주 내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부지 반환 소송에 들어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법적 검토 결과 최장 1년 반 이내 승소할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또 용산부지와 관련해 1조원의 세금을 환급받을 경우 부채비율 감소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흑자경영을 위해서는 용산역세권 개발부지 반환 문제 해결이 시급하다.
▲사장 취임 직후 용산역세권 개발부지 반환소송 작업 착수를 지시했다. 코레일의 급격한 부채증가는 용산역세권 개발사업 무산에 따른 영향이 크다. 소송을 통해 조기 반환받아 3조7000억원의 자산차익을 실현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법무법인 율촌과 태평양을 선정했다. 이르면 이번 주 반환소송에 들어갈 예정이다.
-드림허브를 비롯한 이해당사자들은 소송이 쉽게 끝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는데.
▲법적인 검토 결과 프로젝트금융투자회사(PFV) 자금조달 실패와 민간출자사들의 자금조달 의무 불이행이 사업무산의 주원인이었다. 몇조원 규모의 소송전으로 확대되거나 장기간이 소요되지 않을 것이라는 것이 법무법인의 판단이다. 토지를 찾은 후에는 역세권부지 선(先)개발, 잔여토지 매각 등을 통해 활용방안을 높일 것이다.
-용산역세권개발사업 측과 코레일을 위해서 용산사업이 다시 재개될 가능성은 없나.
▲사업 해제까지 코레일도 많은 검토를 했다. 한번 해제된 것을 되살려서 한다는 것은 맞지 않다고 본다. 전혀 가능성이 없는 시나리오다.
-대통령을 비롯한 정부의 화두가 공공기업 개혁안에 집중돼 있다.
▲지난 6일 서승환 국토교통부 장관과의 공공기관 최고경영자(CEO) 간담회 때 자구 개혁안이 우리만 합격이 됐다. 정부의 가이드라인은 부채를 25%포인트 이상 낮추라는 것인데 우리는 47.9%포인트의 절감안을 내놨다. 다만 파업 당시 부각됐던 방만경영으로 우리가 지목됐다. 코레일은 방만경영 리스트에는 올라가 있지 않다. 부채가 많은 리스트에 올라가 있어 그 부분을 제출했고 합격이 됐다.
-흑자 경영이 쉽지 않을 것이라는 의견도 많다.
▲영업흑자 달성을 의심하는 사람이 많지만 충분히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취임 이후 3개월간 인력운영 효율화와 과감한 비용구조 개선을 통해 영업적자를 당초 전망보다 700억원 감축했다. 코레일 영업적자는 2011년 -5224억원, 2012년 -3591억원, 2013년 -1976억원으로 해마다 대폭 개선되고 있다.
-수서발 KTX 자회사에 관심이 많다. 직영으로 갈 경우 훨씬 더 이익이 된다는 지적도 있는데….
▲코레일 30%, 공적자금 70%로 수서발 KTX 자회사를 출범시킨다는 국토부 철도산업발전방안이 만들어진 것이 지난해 6월 말이다. 이를 보완해 결정된 것이 현재의 수서KTX 운영방안이다. MB정부에서 수서 노선 민영화를 추진한 적이 있다 보니 아직도 민영화를 생각하는 사람이 있는 것 같다. 그건 오해다. 최소한의 내부경쟁체제를 갖추자는 차원이다.
-여타 공기업과 마찬가지로 철밥통이란 지적이 있다. 가장 변화해야 될 점은.
▲코레일은 매년 연말이면 수개월씩 임금교섭이다 단체협약이다 하면서 노조와의 씨름이 연례 행사가 됐다. 강성노조로 인해 경영진과 현장과 괴리가 상당하다. 본사 사장이 바뀌고 간부들과 밤샘을 해가며 난리를 쳐도 현장에선 또 얼마나 가겠느냐 하는 냉소주의가 만연해 있다. 이번 기회에 국민적 성원과 지지를 받아 단체협상에 포함돼 있는 '자동승진'이나 '강제전보제한' 등 불합리한 조항을 반드시 개선할 것이다. 노조의 반발이 예상되지만 올해 또 부딪치는 한이 있더라도 해결하겠다.
-통일 이후 철도산업은 이전과는 전혀 다른 시대를 맞게 된다. 유라시아철도전문가로서 이에 대한 향후 계획은.
▲코레일의 해외철도시장 진출을 위한 핵심 경쟁력은 풍부한 철도운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최고의 인적자원과 기술력이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고속철도 자체기술을 개발해 세계 최고 운영수준을 갖춘 나라는 코레일 외에 유례를 찾아볼 수 없다. 러시아, 유럽 등 철도 선진국과 비교해도 철도 운영기술 측면에서는 결코 뒤지지 않는다고 자부한다. 코레일은 이러한 대외여건 변화에 발맞춰 국토부, 외교통상자원부, 통일부 등 관계기관과 적극적으로 협조해 대륙철도 시대를 대비한 철도 연결 및 열차운행에 차질이 없도록 철저히 준비하겠다.
이초희 기자 cho77love@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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