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국방·통일·외교장관들이 전망한 올해 남북관계 기상도는 흐림의 연속이다. 김정은 북한 국방위원회 제1위원장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을 바란다'는 메시지를 전했음에도 불구하고 안보부처 장관들은 남북관계의 진전 가능성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김관진 국방장관은 새해 첫 업무를 시작한 2일 간부 조찬 간담회에서 북한의 남북관계개선 메시지에 대해 북한이 화전양면 전술을 구사할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철저한 대비를 하라"고 주문했다.
정부 외교·안보 라인에서 이처럼 신중한 기류가 강한 것은 '학습 효과' 때문이다. 북한은 과거 신년 메시지를 통해 남북관계 개선, 대립 국면 청산 등을 강조해 놓고도 실제 이와 상반되는 도발적인 행동에 나선 경우가 많았다.
김정은은 지난해에도 신년사에서 "나라의 분열 상태를 종식시키고 통일을 이룩하는 데서 나서는 중요한 문제는 북과 남 사이의 대결상태를 해소하는 것"이라고 언급, 대남 유화 메시지를 던졌다. 그러나 북한은 바로 다음 달 3차 핵실험을 강행한 데 이어 지난해 상반기 내내 '6자회담 사멸, 정전협정 폐기' 등을 일방적으로 선포하면서 전쟁 위기감을 극대화했다.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살아 있던 2010년 신년공동사설에서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통일의 앞길을 열어나가려는 우리 입장은 확고부동하다"고 언급했지만 그해 천안함 사건과 연평도 포격 도발을 일으키기도 했다.
이런 분위기 때문에 류길재 통일부 장관도 이날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그게(남북관계 개선이) 현실로 될지 안 될지는 알 수 없다"며 "그런 표현을 갖고 뭘 제의했다고 해석될 여지는 별로 없다고 본다"고 일단 선을 그었다.
정부 내에서는 오히려 김정은이 올해 신년사에서 남북관계 개선 문제를 강조하면서도 대남 비난을 지속한 것이 남북관계의 긴장 책임을 남측에 떠넘기려 하는 게 아니냐는 시각도 강하다.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이날 "장성택 처형이 북한 도발 가능성뿐 아니라 김정은 체제는 물론 남북관계와 북핵문제, 주변국들과의 관계에 미칠 영향에 고도의 주의력을 기울여야 한다"고 긴장감을 늦추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정부는 김정은의 신년 대남 메시지가 작년의 '대립 국면 청산'에서 '남북관계 개선'으로 한 발자국 더 나아갔다는 점에 주목하면서 북한이 선제적인 대화 제의를 해올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이럴 경우 북한은 추석 전 상봉 직전 자신들이 무산시킨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다시 제의해올 가능성이 있다.
특히 오는 31일이 민족의 공통 명절 설이라는 점에서 북한이 대남 대화 공세 차원에서 이산가족 상봉 카드를 다시 꺼내 들 수 있다는 분석이다. 남북은 작년 추석을 계기로 9월 25~30일 이산가족 상봉 행사를 열기로 합의했지만 북한은 9월21일 돌연 행사 연기를 선언했다. 만일 북한이 이산가족 상봉 제안을 한다면 이 사안을 금강산 관광 재개 문제와 다시 연계시킬 것이란 관측도 있다.
정부 당국자는 "북한이 신년사 후속 조치로 어떻게 나올지 예의주시하고 있다"며 "이산가족 상봉은 보통 겨울에는 잘 안 했지만 작년 9월 상봉 행사 직전 단계까지 갔으므로 만약 남북이 합의만 한다면 실제 준비에는 1∼2주만 있으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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