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혜민 기자] 한국 경제는 바닥을 치고 올라오는 것일까. 여러 가지 지표상으로 확인되는 경기는 이미 저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우리나라 국내총생산(GDP)은 지난해 2분기 들어 2011년 2분기 이후 8분기 만에 1%대로 턴어라운드했다. 3분기에도 전분기 대비 1.1% 늘어 1%대 성장을 유지했다. 제조업을 포함한 광공업생산 역시 지난해 1분기 전기 대비 0.9%, 2분기 1.4% 감소하다 3분기 들어 0.7%로 상승 전환됐다. 경기회복의 기미가 지표상으로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 우리경제가 맞닥뜨릴 수 있는 위험 중에는 '저성장'도 포함된다. 정부는 지표경기 회복을 근거로 올해 우리나라의 경제성장률을 3.9%로 전망하는 등 상대적으로 낙관적인 관점을 유지하고 있지만 잠시 회복기미를 보이다 다시 꼬꾸라지는 '더블딥'에 대한 우려도 있는 게 사실이다.
지난해 우리 경제는 '관(官) 주도의 회복'이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상반기 저점을 찍고 하반기 들어 지표 경기가 개선되는 조짐을 보일 수 있었던 데는 17조원 규모의 추가경정 예산을 편성하고 상반기에 재정의 60%를 집행하는 등 정부의 역할이 컸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효과만 기대하기에는 한계가 뚜렷하다. 추경과 조기집행의 효과를 민간투자와 소비가 대체하지 못하면 우리 경제는 저성장의 벽을 뚫지 못하고 다시 주저앉을 수 있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우리나라 경기는 현재 회복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회복의 강도가 얼마나 될지는 아직 불확실성이 존재한다"며 "경기 회복이 정부 주도에서 민간 주도로 이전되지 못하면 더 이상 성장하지 못하고 저성장 혹은 중성장으로 수렴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내수가 살아나지 못하면 과거 일본의 '잃어버린 10년'처럼 우리나라 역시 오랜 기간 저성장의 늪에서 허우적거릴 수 있다는 뜻이다.
게다가 우리 경제의 체감경기는 여전히 한겨울이다. 기업과 서민들은 좀처럼 지갑을 열지 않고 있다. 민간소비는 가계부채, 전세 가격 급등으로 인해 지난해 1%대의 벽을 넘어서지 못했다. 건설투자와 설비투자 역시 국내외 경기 회복이 지연되고 경기 불안 심리가 지속되면서 좀처럼 개선되지 못했다. 배민근 LG경제연구원 책임연구원은 "각 경제 주체들이 경제위기의 트라우마를 아직 벗어나지 못했다"며 "심리적으로 매우 위축돼 작은 충격에도 불안감이 확대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저성장을 극복해 정상궤도로 진입하기 위해서는 투자와 소비 심리를 회복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이 연구위원은 "소비와 투자 심리가 살아날 수 있도록 심리를 계속 키워줘야 한다"며 "정부는 기업의 투자에 방해되는 규제를 제거해 투자를 활성화하고 청년층과 여성의 일자리를 늘려 소비 여력을 확충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혜민 기자 hmeeng@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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