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영화 '변호인'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3가지 포인트

시계아이콘03분 10초 소요
언어변환 숏뉴스
숏 뉴스 AI 요약 기술은 핵심만 전달합니다. 전체 내용의 이해를 위해 기사 본문을 확인해주세요.

불러오는 중...

닫기

[아시아경제 나주석 기자] 영화 '변호인'은 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젊은 시절의 한 모습을 모티브로 만든 영화다. 하지만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으나 허구임을 알려드립니다'라는 모순적인 자막으로 시작한다. 영화를 정치적으로 해석하려는 시각에 대한 부담감 때문이다.


영화 '변호인'을 정치적으로 바라보는 3가지 포인트
AD

실제 '변호인' 제작자 및 출연진들은 기회가 있을 때마다 이 영화를 정치적으로 바라보려는 시선을 경계했다. 하지만 이같은 노력에도 불구하고 변호인은 정치적으로 해석될 수밖에 없는 숙명을 안고 있는 영화다. 창작은 배우와 제작자의 몫이지만 해석은 보는 이들의 몫이기에 영화 속에 담겨진 정치적 의미를 숨은그림 찾기 해 보겠다.(영화 일부 내용이 포함되어 있습니다.)

1. 아파트에 살던 아주머니는 왜 눈썹을 한쪽만 그렸을까?


'변호인'의 주인공 송우석이 영화 초반에 큰돈을 벌어 아파트를 사는 장면이 있다. 낯선 손님에 문을 열어주지 않으려 했던 아주머니는 송우석의 '변호사' 명함에 문을 열어준다. 거실에 앉는 것을 허락하면서도 송우석을 못마땅해 하던 아주머니는 들고 온 파인애플(당시 매우 귀한 과일)에 마음이 녹는다. 이후 송우석이 아파트 시세의 4분의 1을 웃돈을 더 얹어서 집을 사겠다고 하자 그녀는 갑작스런 횡재에 눈이 잔뜩 커진 채 냉장고에서 주스를 꺼내 송우석을 대접한다. 그제서야 송우석은 “눈썹 하나 마저 그리라”며 충고를 하는 장면이 나온다. 웃돈을 얹어주겠다는 송우석의 말에 그녀는 그만 여자로서의 자존심도 체면도 잊고 있었던 것이다. 재밌는 장면이지만, 왜 아주머니는 얼굴에 화장도 제대로 못한 우스광스러운 모습이 되어 있었을까?

참여정부는 그 어떤 선거보다 극적인 과정을 거치며 등장했지만 정권 말기에는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주지 못한 채 외면을 받았다. 여기에는 다양한 이유가 있지만 그중 가장 큰 요인은 부동산 가격 상승을 억제하지 못했던 점도 크게 작용했다. 노 전 대통령은 치솟는 부동산 시장을 억제하기 위해 각종 투기억제책을 내놨지만 정부 출범 1년 만에 아파트 가격이 20% 오르는 등 부동산 가격은 천정부지로 올랐다. 노 전 대통령은 “부동산 문제만은 투기와의 전쟁을 해서라도 반드시 안정시킬 것”이라고 밝혔지만 정부의 의지를 믿은 국민들은 시장과 탐욕 앞에 무너져 내렸다. 그 결과 시장을 안정화시키겠다는 정부의 말을 믿었던 사람들은 손해를 보게 됐다. 실패한 부동산 대책은 집주인과 세입자 모두로부터 환영을 받지 못했다. 노 전 대통령은 중산층의 강력한 지지를 바탕으로 정권을 잡았지만 결국 중산층의 외면을 받으며 다음 정권을 내주게 됐다.


눈앞의 이익 앞에 여자로서의 자존심을 잊었던 이는 아파트에 살던 그녀 뿐은 아닐 것이다. 송우석이 마저 눈썹을 그리라며 핀잔은 준 이는 과연 아파트에 살던 그 아주머니 뿐 이었을까?


2. 마지막 장면에 일어선 백발의 변호사는 누굴 닮았는데...


영화는 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로 재판을 받는 송우석의 모습으로 끝났다. 이 자리에는 부산지역 대부분의 변호사들이 민주시민으로서 법조인으로서 시대에 충실히 살아왔던 송우석을 변호하기 위해 나서는 장면이 나온다. 판사가 변호인들의 출석을 확인하기 위해 한명 한명씩 출석을 확인하는 장면을 보면 재판정을 기준으로 우측 통로쪽에 백발의 한 사내가 앉아 있는 모습이 나온다. 백발에 안경을 썼고 각진 얼굴을 한 이 사내는 노 전 대통령의 정치적 동반자였던 한 정치인을 떠올리게 하는 외모를 하고 있다. 영화는 이 변호사가 재판관의 호명을 듣고 일어서는 순간, 송우석이 눈물을 흘리는 장면으로 마무리된다.


스쳐 지나가거나 흐릿한 배경으로 처리되고 있지만 그 남자는 지난 대선에 출마했던 한 정치인을 무척이나 닮았다. 영화를 두고서도 그 정치인이 변호인의 정치적 수혜자가 될 것이라는 관측들이 나오고 있다. 하지만 이 정치인은 변호인과 관련해 자신의 이름이 언급되는 것을 조심스러워 한다. 그는 영화가 나온 직후에도 관람을 하지 않은 채 1월이 되어서야 부림 사건 관계자 및 부산지역에서 민주화 투쟁을 함께 했던 인사들과 영화를 볼 것으로 알려졌다.


3. 변호인은 안녕을 고민하는 이들에게 어떤 삶을 살 것인지를 묻는다


이 외에도 변호인의 몇몇 장면에는 정치적은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장면이 나온다. 가령 송우석이 부산 지역 변호인 모임에 갔을 때 뷔페 음식을 담을 때 노란색 파프리카 채 썬 것을 담는 장면이나 집 천장에 뛰어다니는 쥐로 곤란해 하는 장면이 그럴 것이다.


그럼에도 이 영화는 특별히 정치적인 시각으로 볼 필요가 있을까 하는 의문이 들기도 한다.


많은 관객들은 굳이 노 전 대통령과 이어 생각하지 않더라도 영화 자체의 울림은 크다고 말하기 때문이다. 또한 영화가 노 전 대통령 한 개인을 미화하려 하지 않았다는 점, 가명 등을 통해 직접적인 연결고리를 끊으려고 했다는 점 등은 이 영화가 특정한 정치세력을 위한 영화로 볼 수 없음을 보여준다.


굳이 이 영화가 표방하는 주제의식이 무엇인가 묻는다면 ‘멋있는 삶’에 관한 이야기라고 할 수 있다.


영화에서 송우석은 세무 관련 문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이웃을 도와주라는 아내의 성화에 한참 재밌게 보는 TV 프로그램을 끄고 이웃에게 법률상담을 해주는 장면이 나온다. 친절하게 상담을 해주고 문제의 해결책을 제시해주는 송우석을 향해 그의 아내는 ‘멋있다’는 말을 한다. 이후 송우석은 영화 곳곳에서 “아빠 멋있지”, “멋지지 않나” 등의 말을 하며 멋있는 삶을 향해 다가간다.


그러나 멋있는 삶은 공짜가 아니었다. 멋있는 삶은 순간 또는 영원히 일상의 안락을 희생할 것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TV 앞에 누워 깔깔 웃으면서 멋있는 삶을 살 수 없다. 또한 생활인의 자세로 돈벌이 급급한 법조인에게도 멋진 삶은 불가능하다. 멋있는 삶은 작게는 일상의 안락함을, 크게는 삶의 변화를 요구한다. ‘이제 편한 삶은 네 발로 걷어찬거다’라는 사무장의 말은 결국 예언처럼 송우석의 삶을 관통할 것이다.


송우석은 돈벌이와 일상의 안락함을 희생함으로써, 타인의 존경을 얻어낼 수 있었다. 그가 재판을 받았을 때 나서준 99명의 변호사가 함께 해주는 것은 돈만 밝히며 일상의 안락함을 갈망했던 송우석으로서는 감히 상상조차 못할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에는 순간의 안락함을 버리고 불의에 항거하고 타인의 생명과 권리를 위해 자신의 귀중한 시간과 삶을 내놓는 수많은 송우석이 있다. 또한 멋있는 삶과 안락한 삶 사이에 기로에서 어떠한 가치를 추구해야 할지, 어떤 수준의 균형감을 유지해야 할지를 두고서 고민하는 시민들의 삶이 있다. 영화 변호인은 스스로와 타인을 향해 ‘안녕한지’를 묻는 수많은 사람에게 '멋있는 삶'이 꽤 '멋지다'는 것을 말해주고 있다.




나주석 기자 gonggam@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놓칠 수 없는 이슈 픽

  • 26.01.0914:18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손해 보고도 집못팔까" 걱정 덜어준다…지방 미분양 '환매보증' 첫도입

    정부가 지방 미분양 해소를 위해 수분양자에게 일정 가격으로 되팔 권리를 보장하는 '주택환매 보증제(가칭)'를 처음 도입한다. 준공 후 미분양 1가구1주택 특례 가액기준을 6억원에서 7억원으로 상향하고, 인구감소지역 세제 특례와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 지원도 연장한다. 공급 측면에서는 3기 신도시 1만8000가구를 포함해 올해 5만가구 착공에 나선다. 9일 관계부처 합동으로 발표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에서

  • 26.01.0914:05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디지털자산 제도화 본격화…스테이블코인·현물 ETF까지 제도권 편입

    정부가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을 포함한 디지털자산 제도화에 속도를 낸다. 디지털자산 기본법(가상자산 2단계 법안) 입법을 통해 발행·유통·거래 전반을 포괄하는 규제 틀을 마련한다. 또한 디지털자산 현물 상장지수펀드(ETF) 도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기관은 9일 오후 '2026 경제성장전략'을 통해 스테이블코인 규율체계 마련 등 디지털자산을 제도화하겠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은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국장 장기투자 촉진 ISA 신설…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

    정부가 국내 장기 주식투자를 유도하기 위해 세제 혜택을 대폭 확대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를 출시한다. 투자 시 납입부터 배당까지 '더블 혜택'을 주는 국민성장펀드·기업성장집합투자기구(BDC) 펀드도 출시한다. 국내외 산업과 자산에 적극적으로 투자해 수익을 창출하는 '한국형 국부펀드'는 20조원 규모로 출범하기로 했다.9일 재정경제부는 이런 내용을 담은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정부는 60

  • 26.01.0914:00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국장 장기투자 촉진" 세제혜택 늘린 '생산적금융 ISA' 신설

    생산적 금융을 강조해온 이재명 정부가 국장 장기투자를 촉진하기 위한 '생산적 금융 개인종합투자계좌(ISA)'를 신설한다. 일정소득 이하의 청년을 대상으로 한 '청년형 ISA'는 물론, 비과세 200만원이 적용되는 기존 ISA 대비 세제혜택을 대폭 확대한 '국민성장ISA'도 선보일 예정이다. 재정경제부, 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부처는 9일 오후 이러한 내용을 포함한 '2026년 경제성장전략'을 공개했다. 생산적 금융 기치 하에 첨단

  • 26.01.0914:00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7월부터 24시간 외환시장 개방…MSCI선진지수 편입 박차

    정부가 오는 7월부터 외환시장을 24시간 개방해 원화 국제화에 나선다. 역외 원화 결제 시스템을 구축하고 관련 규제를 정비함으로써 한국 증시의 숙원이자 이재명 대통령의 공약인 '모건스탠리캐피털인터내셔널(MSCI) 선진국지수' 편입에 박차를 가한다는 방침이다. 재정경제부·금융위원회를 비롯한 관계 기관은 9일 오후 '2026년 경제성장 전략'을 공개하면서 이러한 내용의 'MSCI 선진국지수 편입을 위한 외환·자본시장 종합

  • 26.01.1609:11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윤희석 "한동훈 제명돼도 당 위한 활동 계속"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윤희석 전 국민의힘 대변인(1월 15일)※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전화 인터뷰 응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윤희석 : 감사합니다. 소종섭 : 국민의힘 윤리위원회가 제명 처분을 할 것이라고 예상을 했나요? 윤희석 : 어느 정도는 예상했었죠

  • 26.01.1416:21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이준석 "한동훈, 고수라면 창당이나 서울시장 무소속 출마 선언할 것"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 출연 :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1월 14일) ※ 기사 내용을 인용할 때는 반드시 '소종섭의 시사쇼'를 명기해 주시기 바랍니다. 소종섭 :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소종섭의 시사쇼 시작하겠습니다.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와 함께 여러 가지 이슈 짚어보도록 하겠습니다. 잘 지내셨죠? 이준석 : 예, 그렇습니다. 소종

  • 26.01.1008:01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아내는 연상…원더우먼 같았다" 유산·가난 속에서 함께 버틴 박홍근 의원 '인생 최고의 반석' [배우자 열전]②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박수민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808:49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동갑내기 캠퍼스 커플…"예뻐보이더라" 정원오, 배우자 문혜정 첫 인상[배우자 열전]①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마예나 PD편집자주6·3 지방선거의 해가 열렸다. 여야 후보자들의 출마가 이어지고 있다. 후보자들이 누구인지, 어떤 정책을 내세우는지와 함께 배우자는 어떤 인물인가에 대한 관심도 커지고 있다. '소종섭의 시사쇼'는 출마(또는 출마 예상) 후보자 배우자에 대해 알아보는 '배우자 열전'을 시작한다. ①문혜정(정원오

  • 26.01.0710:25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장성철 "장동혁, 한동훈 제명 아니면 탈당 권고할 듯"

    ■ 방송 : 아시아경제 '소종섭의 시사쇼'(월~금, 오후 4~5시)■ 진행 : 소종섭 정치스페셜리스트 ■ 연출 : 이경도 PD■ 출연 : 장성철 공론센터 소장(1월 5일) 소종섭 : 어서 오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장성철 : 감사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소종섭 : 이 얘기부터 해보죠. 이혜훈 기획예산처 장관 후보자와 관련해서 폭언했다, 보좌진에게 갑질했다, 남편이 부동산 투기를 했다는 등 의혹이 쏟아집니다. 그런데


다양한 채널에서 아시아경제를 만나보세요!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