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bar_progress

글자크기 설정

닫기

사람의 '기억' 지워진다…네델란드大 실험 성공

시계아이콘읽는 시간59초

영화 '이터널 선샤인'처럼 끔찍한 기억 삭제

[아시아경제 지연진 기자] 가슴 아픈 연애의 기억을 지워준다는 발상이 담긴 영화 ‘이터널 선샤인’이 조만간 실현될 조짐이다.


미국의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3일(현지시간) 네델란드의 네이메헌 라다바우드대학(Radboud University Nijmegen) 연구팀이 39명의 환자들의 대상으로 전기충격 치료를 실험한 결과 강력한 효과가 나타났다고 전했다. 전기치료는 근육이완과 마취를 한 뒤 전류를 환자의 뇌에 보내 짧은 충격을 줘 우울증을 치료하는 방법이다.

연구를 이끈 이 대학의 마리진 크로에스(Marijn Kroes) 신경학자는 “우리가 관찰한 주제마다 꽤 강력한 효과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연구팀은 우선 전기치료를 경험한 적이 있는 39명의 우울증 환자에게 끔찍한 이야기 두 편을 컴퓨터 스크린을 통해 보도록 했다. 하나는 자동차에 치인 뒤 다리를 절단한 수술을 받은 아동의 이야기이고, 나머지는 자매 중 한 명이 납치돼 성희롱을 당하는 내용이었다.

일주일 후 이들 환자들은 무작위로 세 그룹으로 나눈 뒤 특정 기억을 활성화하기 위해 두 개의 이야기 중 하나만 구체적인 내용을 회상시켰다.


A그룹의 경우 전기치료를 받고 하루가 지난 뒤 두 이야기에 대한 다양한 질문지를 작성하도록 했다. 그 결과 특정 기억이 활성화되지 않는 이야기에 대해선 대부분의 구체적인 내용을 기억해냈다. 반면 실험 전 기억을 활성화한 이야기에 대해선 극도로 취약했다. A그룹 환자들은 이 이야기를 짐작조차 하지 못했다.


B그룹에 대해선 전기치료를 받은 직후 실험을 진행했고, 환자들은 두 개의 이야기를 모두 회생했다. 전기치료 이후 기억이 손상되기까지 시간이 걸린다는 것을 보여준다는 설명이다.


나머지 C그룹은 실험 대조군으로 전기치료를 받지 않았다. C그룹의 환자들은 두 개 이야기에 대한 기억이 강화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 같은 실험 결과는 전기치료가 기억의 재활성화와 재통합 과정을 예방해 사람들의 기억을 없애주는 것을 시사한다는 지적이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는 캐나다 맥길대학교의 카림 네이더 신경과학자는 “이것은 우리의 임상치료를 위한 새로운 도구라는 점이 증명된 것”이라고 강조했다.


하지만 실제 흡연이나 알코올 및 약물 중독, 심리적 트라우마 등의 치료에 활용되기까지는 갈 길이 멀다는 지적이다. 아직까지 지워진 기억이 일시적인지 영구적인지 명백하지 않기 때문이다. 또 전기치료가 비교적 간단한 기억만 지우는지 실제 트라우마가 있는 기억에서 작동을 할지도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일부 과학자들은 전기충격과 함께 기억의 통합을 강화하는 호르몬 작용을 억제하는 약물인 프로프라놀몬의 효과 실험도 진행 중이다.




지연진 기자 gyj@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

AD
AD

당신이 궁금할 이슈 콘텐츠

AD

맞춤콘텐츠

AD

실시간 핫이슈

AD

위로가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