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권해영 기자]KT가 한국통신에서 정부 지분 매각으로 민영화된 2002년 이후 KT 최고경영자(CEO) 자리에는 지금까지 총 3명의 수장이 거쳐갔다. 차기 CEO로 내정된 황창규 전 삼성전자 사장은 민영 KT의 4번째 수장이 된다.
민영화 이후 첫 CEO는 이용경 전 사장이다. 이 전 사장은 지난 1991년 한국통신 연구개발단 기초기술연구부 책임연구원으로 입사해 한국통신프리텔 사장 등을 지낸 후 2002년 8월부터 2005년 8월까지 임기를 채웠다. 하지만 뚜렷한 이유없이 연임에는 실패했다.
2대 민영 CEO는 남중수 전 사장이다. 남 전 사장은 1982년 한국통신에 입사한 후 KTF 사장 등을 거쳐 2005년 8월 KT 사장에 취임, KT의 민영화를 성공적으로 이끌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후 2008년 임기 종료를 앞두고 노무현 정부에서 이명박 정부로 교체되기 직전인 2007년 주주총회를 앞당겨 연임을 관철시켰다. 무리한 연임 시도에 따른 잡음이 끊이지 않았고 남 전 사장은 결국 2008년 11월 뇌물죄로 구속 수감되면서 KT 사장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이석채 전 회장이 2009년 외부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KT CEO 자리에 앉았다. 이 회장은 CEO 취임 후 가장 먼저 KT와 자회사 KTF를 합병하고, 2009년 9월 국내에 애플 아이폰을 도입하며 통신 시장의 판도를 스마트폰 위주로 완전히 탈바꿈시켰다. 이후 스카이라이프를 인수해 미디어그룹으로 변신을 꾀했고 BC카드와 렌트카를 인수해 통신과 비통신의 시너지를 통한 성장 전략을 제시했다. 물론 6000명의 구조조정, 낙하산 인사 선임, 영업실적 악화 등에 대한 비판도 이어졌다.
이 전 회장은 지난해 3월 연임에 성공했지만 박근혜 정부 출범과 함께 끊임없이 교체설에 시달려왔고 결국 검찰의 고강도 압수수색 끝에 사퇴 선언의 수순을 밟았다.
민영화 이후 KT를 이끌었던 세 명의 CEO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자리에서 물러나는 등 비슷한 길을 걷고 있다. 주주가 아닌 정권이 영향력을 행사하는 기형적 관행이 KT에 자리잡은 것이다. 역설적이게도 KT는 정부의 지분은 1%도 없는 외견상 완전한 민간기업이다.
권해영 기자 roguehy@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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