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시아경제 김영식 기자] 황창규 전 삼성전자 기술총괄 사장이 차기 최고경영자(CEO) 최종 후보자로 결정된 것에 대해 KT는 "대표적 전문경영인이자 지식경제부 R&D전략기획단장으로서 국가의 최고기술책임자(CTO)를 역임한 경험을 높이 샀다"고 밝혔다.
KT는 CEO추천위원회가 황 전 사장을 결정한 이유에 대해 "KT의 미래전략 수립과 경영혁신에 필요한 비전설정능력, 추진력, 글로벌마인드에서 가장 높은 평가를 받았다"고 설명했다. 정보통신기술(ICT) 분야의 대표적 전문가로 다양한 산업 분야에 대한 이해도가 높고 새로운 시장창출 능력과 비전실현을 위한 도전정신을 보유했다는 것이다.
KT는 "황 후보가 이 같은 강점을 바탕으로 KT가 처한 위기를 극복하고 KT의 경영을 본궤도에 올려놓는 데 기여하는 것은 물론 장기적으로 회사의 가치를 크게 높일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또 경영공백으로 이완된 조직을 조기에 정비하고 내부결속을 다지는 한편, 정부와 경쟁사 등 회사를 둘러싼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는 데도 탁월한 역할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KT CEO추천위는 만장일치로 황 전 사장을 결정한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에서는 황 전 사장이 낙점된 것에 대해 놀라워하는 반응이다. 황 전 사장은 하마평에 오른 후보자 사이에서도 유력한 인물로 꼽히긴 했지만, 통신분야의 경험이 부족하다는 점이 걸림돌이란 평가를 받았다. 정치권 등에서는 전직 장차관 출신이 유력하다는 관측이 나오기도 했으며, 최종 경합한 후보 4명 중에서도 현 정부와 직간접적 연관이 있는 김동수 전 정보통신부 차관, 임주환 전 한국전자통신연구원(ETRI) 원장에 무게가 실리기도 했다.
한 KT 현직 직원은 "거론은 되긴 했지만 정말로 삼성전자 출신이 될 줄은 몰랐다"면서 "일단은 지켜봐야 할 듯하지만, 삼성전자의 긍정적인 면을 잘 수혈해 경쟁력을 높일 수 있다면 결과는 나쁘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KT 노동조합 정책실 관계자는 "생각 밖의 결과라 노조에서도 황 전 사장에 대해 파악하는 중"이라면서 "노조는 ICT 전문가로 KT의 미래 먹거리를 창출할 역량을 가진 큰 인물이 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줄곧 밝혀 왔으며, 내일 공식 입장을 낼 것"이라고 말했다. 경쟁 통신사 관계자는 "CEO가 삼성전자 출신이란 부분이 향후 KT의 방향에 특정한 영향을 미친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고 보기도 했다.
민주당 미방위 핵심 관계자는 "표면상 낙하산 인사라고 하긴 어렵지 않겠느냐"면서도 "반도체 전문가긴 하지만 제조업 분야에서 쌓은 경륜으로 어떤 분야보다도 혁신이 빠르게 일어나는 통신서비스 분야에서 잘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면서 "KT가 중심을 잡고 일어서야 하는 시점에서 왜곡된 방향으로 가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든다"며 조심스러운 입장을 밝혔다.
KT 출신인 권은희 새누리당 의원은 "반도체도 휴대폰과 밀접한 부분이니 아예 동떨어졌다고 볼 수는 없을 것"이라면서 "무엇보다도 차기 CEO로서 판단력이 중요하며, KT 직원들의 상실감을 채워주는 게 가장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영식 기자 grad@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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