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프 초보자가 티잉그라운드에서 헛스윙하는 장면을 자주 볼 수 있다.
샷을 했지만 공을 못 맞혀 1타를 손해 보는 바보 같은 스윙이다. 중, 상급 골퍼도 물론 깊은 러프나 숲속 어려운 라이에서 욕심을 부리다 보면 헛스윙을 할 수 있다. 영어로는 '에어샷(air shot)'이다. 공을 맞히지 못하고 공기만 갈라놓기(fan the air) 때문에 '바람(air)'과 '친다(shot)'를 합성했다.
야구에서 유래됐다. 크리켓 타자의 3진도 '에어샷'이다. 참고로 공기 산탄총은 '에어 샷건(air shot gun)'이라 부른다. '에어볼(air ball)', '휘프(whiff)'도 같은 뜻이다. '휘프'의 어원은 스코틀랜드 출신 골퍼 로드 휘플이다. 1876년 세인트앤드루스 올드코스에서의 경기 도중 불과 4인치짜리 퍼트를 헛쳐 우승을 넘겨주는 대실수를 한 게 출발점이다. 당시 갤러리들이 "Did you that whiffle?"이라며 놀렸고, 나중에 휘프로 축약됐다는 설이다.
중요한 건 어드레스 자세를 취하고 티 샷을 헛스윙한 상황이다. <골프규칙>에서는 '공을 치려는 의도'가 있었다면 1타를 친 걸로 간주한다. 의도가 없었다면 그냥 연습스윙이다. 티업된 공의 방향과 동일하게 연습스윙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양심의 문제지만 오해를 받지 않기 위해서는 아예 공의 방향과 다른 곳을 향해 연습스윙을 하는 게 현명하다.
라운드 도중 동반자가 실제 치려고 한 샷인지 연습 샷인지 의구심이 가는 경우가 있다. 아마추어끼리는 눈감아 주지만 프로 세계에서는 엄격하다. 연습스윙이었으면 "It was only a practice shot"이라고 말한다. 칠 의사가 있었다면 "I whiffed (it) 또는 I whiffed a shot"이라고 선언하고 1벌타를 추가해야 한다.
어떤 미국 골퍼는 "I fanned it"이라고 외치는데 이 때 'fan'은 연예계, 스포츠계에서 말하는 팬이 아니고 '부채질을 하다'는 의미다. 예를 들면 "1번홀 티잉그라운드에서 그는 주의 깊게 스탠스를 취하고서 네 차례나 헛스윙을 했다(On the first tee, he took a careful stance and then fanned the air four times)"와 같이 사용된다.
일본에서 유입된 '가라후리, 가라스윙'이 바로 이 '에어 샷'이다. 우리나라 골퍼들이 연습스윙(practice swing)을 하면서 '가라후리' 또는 '가라스윙'이라고 하는데 이는 틀린 말이다. 연습스윙(practice swing)은 '스부리(素振り)'가 맞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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