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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골프영어산책] "벙커는 호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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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맹녕 골프영어산책] "벙커는 호텔?" 스위스의 알프스골프장에 페어웨이 양쪽으로 늘어서 있는 윙벙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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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놀드 파머는 "The road to success is always under construction"이라는 명언을 남겼다.

직역하면 "성공에 이르는 길은 언제나 건설 중이다", 골프에서는 "성공에 이르기 위해서는 벙커나 연못과 같은 장해물을 극복하는 것 이외에 다른 길은 없다"는 의미다. 벙커는 원래 군사용어다. 지하에 엄폐된 일종의 작은 기지다. 골프에서는 잘못 친 샷에 대한 응징 차원에서 만들어진 모래 함정이나 잡초 등의 장해구역이다.


미국에서는 샌드트랩(sand trap), 또는 트랩(trap)이라고 한다. 원래 트랩은 새나 동물들을 잡는 덫을 일컫는 말이다. "한번 잡히면 빠져나오기 힘들다"는 의미에서 차용됐다. 하지만 스코틀랜드 골퍼들은 트랩이라는 용어를 쓰면 질색한다.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원용어를 오염시킨다는 이유이다.

벙커의 종류도 다양하다. 페어웨이를 가로지르는 크로스벙커(cross bunker), 페어웨이 양쪽의 윙벙커(wing bunker), 그린 주위를 에워싸고 있는 그린사이드벙커(greenside bunker), 모래 대신 잡초가 우거진 그래스벙커(grass bunker), 항아리 같이 둥글고 깊은 포트벙커(pot bunker), 벙커의 깊이가 10m가 넘는 절벽인 피트폴 (pit fall), 해변처럼 모래가 물과 맞닿은 비치벙커(beach bunker) 등이 있다.


우리가 자주 사용하는 가드벙커(그린사이드 벙커)는 일본식 용어다. 별칭도 다양하다. 샌드홀(sand hole)과 샌드박스(sand box), 키티 리터 박스(kitty litter box), 샌드 피트(sand pit) 등이 있다. 미국인들은 은어로 호텔이라고 부른다. 초보자들은 벙커에 들어간 공을 한 번에 쳐내기가 어렵다. 적어도 5번 정도는 쳐야 나올 수 있다. 기왕 들어갔으니 푹 쉬고 나오라고 해서 이런 이름이 붙었다.


9번 이상 치고 나오는 골퍼들은 장기투숙자가 된다. 벙커에서 공을 많이 치게 되면 화가 나서 자학을 하면서 "선오버비치(son of a bitch)"라고 욕을 해댄다. 하지만 내기를 건 상대는 벙커 턱 위에 서서 "섬오버비치(sum of a bitch)"라며 벙커에서 친 타수를 계산할 것이다. 영국 골퍼들과 라운드를 하다보면 '니트비!(NITB: Not Into THE Bunker Yet)'라고 외치는데 '벙커 앞에 정지한 공'을 뜻한다.


벙커 샷의 실패유형은 세 가지다. 첫째는 한 번에 탈출 실패, 두 번째는 '온탕 냉탕(bunker to bunker)'식으로 이쪽 벙커에서 저쪽 벙커로 왔다 갔다 하는 것, 세 번째는 장외홈런(hitting a homerun)이다. 벙커 샷의 대가이기도 한 파머는 "공 밑에 1달러 지폐가 깔려 있다고 생각하고 그 1달러를 걷어 올리는 기분으로 샷을 하라"고 조언했다.



글ㆍ사진=김맹녕 골프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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