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필 "쌀값 무조건 올리는 건 결국 농민 힘들게 하는 일"
쌀 농사 비율 줄이고, 고소득 작물 재배..'일터'로 제 역할 찾아야
맞춤형 '귀농·귀촌 종합센터' 운영..'삶터' 찾는 도시인들 지원
문화 향유·휴식 공간 마련..'쉼터' 제공해 새로운 가치 창출
[대담=아시아경제 최창환 세종취재본부장, 정리=이윤재 기자] "농촌이 일터가 되고, 삶터가 되고, 쉼터가 되도록 하는 것. 국민의 이해와 협조 그리고 공감대가 없으면 어려운 일이다."
이동필 농림축산식품부 장관과의 인터뷰는 이렇게 한 줄로 정리된다. 그리고 짧은 문장에서 그가 추구하는 농정(農政)의 수단과 지향점을 읽을 수 있다.
최근 일고 있는 쌀값 논란과 관련해서는 '일터'로서의 농촌을 바라본 그의 시각이 도드라졌고, '삶터'라는 단어는 귀농·귀촌 정책을 말하는 과정에서 묻어났다. '쉼터'가 돼야 한다는 그의 말에는 농촌의 6차 산업화를 통해 국민들이 농촌에서 문화를 향유하고,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 돼야 한다는 목표가 드러났다. 세가지 모두 농식품부의 '핫이슈'다.
이 장관은 쌀값 문제로 최근 국회 국정감사에서 곤혹을 치른바 있다. 정부가 제시한 쌀 목표가격 인상안은 80㎏ 한 가마니당 17만4083원인데 여·야 모두 그 정도로는 부족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 장관은 "쌀값이 생산비보다는 높은 수준이기 때문에 추가인상은 취지에 맞지 않다"고 했고, 이 탓에 여·야 의원들과 농민단체들로부터 힐난을 받았다.
그는 "지난 2005년 쌀 수매제가 폐지되면서 쌀값은 시장의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결정되고, 이전의 수매제도에서 있던 소득효과를 반영해 고정직불금을 준다"고 했다. 그러면서 "쌀 가격이 뚝 떨어질 경우 변동직불금을 주고, 이 기준이 되는 것이 목표가격"이라면서 "현재의 쌀 생산비가 11만7000원 수준이고, 쌀값은 17만5000원 수준인데 만족할 수준은 아니지만 생산비에 비례해 뚝 떨어졌다고 볼 수 없다"고 강조했다.
이 장관은 "쌀 목표가격이 오르면 쌀 생산량이 늘어나고, 재고량도 늘어나 어려움이 커진다"면서 "쌀 소비량도 줄어드는 추세이고, 식량 자급률은 낮아지는 상황인데 쌀 이외 다른 방법으로 농가의 소득을 올리게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일터로서의 농촌을 지키기 위해서는 쌀 목표가격 인상은 오히려 해가 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지금은 고정직불금을 인상하고, 이모작 등을 통해 실질적인 농가소득을 올리면서 식량 자급률을 올릴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고 했다. 쌀농사에만 의존하는 비율을 줄여야 '일터'로서 농촌이 제 기능을 한다는 것이다.
대화는 자연스레 귀농·귀촌으로 농촌에 새롭게 삶터를 잡는 사람들의 이야기로 이어졌다. 이 장관은 "도시인들의 성공적인 귀농을 위해서는 충분한 정보제공과 사전교육, 자금지원이 중요하다"면서 "지난해 2만7008가구가 농촌으로 돌아왔는데, 실패하지 않고 뿌리 내리려면 더 집단화하고, 주민들과 어울려서 살아가는 모형들을 만들어 가야한다"고 말했다. 농식품부는 현재 예비귀농인을 대상으로 원-스톱 정보 제공을 위해 '귀농·귀촌 종합센터'를 운영하고 있고, 현장실습 위주의 맞춤형 귀농교육도 진행하고 있다. 또 올해 '체류형 농업창업 지원센터'를 조성해 1~2년간 거주하며, 영농체험을 하면서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도록 지원도 한다.
이 장관은 귀농·귀촌 정책은 농식품부가 가장 열성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6차산업화와 연결할 수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이 장관은 "우리나라의 호당 평균 경작면적은 2.5헥타르(ha)에 불과한데, 프랑스나 미국과 비교하면 100분의 1도 안되는 규모"라면서 "이것을 가공이나 유통, 서비스하고 연계한 자본집약적인 기술농업으로 가지 않으면 안된다"고 말했다.
6차 산업은 이 장관이 20여년 전부터 연구해온 분야다. 그는 "1995년 일본 동경대 이마무라 교수가 아시아 소농이 살길로 6차 산업을 말했는데 당시에는 '1+2+3=6'의 개념이었다"며 "이보다는 '1×2×3=6'의 개념으로 보는 것이 더 맞는 것 같다는 것인 내 생각"이라고 했다. 그는 "농촌에서 1차 산업이 무너지면 2, 3차 산업이 의미가 없다"며 "1~3차 산업이 융복해서 가치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귀농·귀촌인의 경험과 네트워크, 기술, 자본 등을 접목시키면 농촌에 활력을 일으킬 수 있고, 이들이 6차 산업을 일으키는 전문가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농식품부는 이같은 6차 산업 활성화를 위해 내년 예산 총 183억5000만원을 편성할 방침이다. 6차 산업 집적화단지를 조성하고 6차 산업 농업경영컨설팅, 6차 산업 창업자금지원 등에 투자해 6차 산업을 지원한다는 복안이다.
최근 협상이 진행중인 한·중 자유무역협정(FTA)에 대해서는 "자유화 수준이 이미 체결된 FTA와 비교해 높지 않다"며 "관세철폐 예외조치가 가능한 초민감 품목군에 농산물을 최대한 많이 포함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우리나라의 기존 FTA 평균 자유화 품목수는 96.3%인데 한·중 FTA의 자유화 수준은 90%이다. 이 장관은 "그럼에도 개방할 수밖에 없는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정부가 적극적으로 개입해 농업인들이 안심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또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 가입 논의에 대해선 "이미 우리와 FTA를 체결한 나라가 많기 때문에 추가적인 영향은 없을 것"이라고 전망하면서도 "농업에 부정적인 영향에 대해서는 신중하게 접근하고 필요한 경우 국민들의 이해와 동의를 구하고 대책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미국이 30개월 이상의 소고기 수입을 시사한 것에 대해서는 "미국의 입장에 동의할 수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 장관은 "우리 국민이 미국산 소고기의 안전에 대해 안심할 수 있는 수준이 될 때 추가적인 개방을 하게 될 것"이라며 "아직 미국산 소고기에 대한 신뢰가 확보됐다고 판단하지 않는다"고 선을 그었다.
대담=최창환 세종취재본부장 choiasia@asiae.co.kr
정리=이윤재 기자 gal-run@asiae.co.kr
사진=윤동주 기자 doso7@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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