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세아니아축구연맹(OFC), 조금 더 정확히 하면 뉴질랜드가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주요 외신에 따르면 OFC와 아시아축구연맹(AFC)은 최근 월드컵 출전권을 합치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AFC의 경우 2014년 브라질 월드컵 최종 예선에서 2개 조 상위 4개 나라가 본선에 올랐다. 5위 요르단은 남미축구연맹(CONMEBOL) 5위 우루과이와 치른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1패1무(0대 5, 0대 0)로 밀려 AFC에 추가 배당된 0.5장의 티켓을 놓쳤다. OFC 1위의 뉴질랜드도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쓴잔을 마셨다. 북중미카리브축구연맹(CONCACAF) 4위 멕시코에 1대 5와 2대 4로 맥없이 지며 0.5장의 기회를 살리지 못했다.
직전 대회인 2010년 남아프리카공화국 대회에서 OFC 1위(뉴질랜드)는 AFC 팀(바레인)과 대륙간 플레이오프를 치렀다. 당시 승리를 거둔 뉴질랜드는 1982년 스페인 대회 이후 28년 만에 본선에 나섰다. 대륙간 플레이오프 상대가 CONCACAF로 바뀐 건 이번 대회부터다. 고심은 AFC에서도 발견된다. 대륙간 플레이오프 상대가 CONMEBOL 팀으로 고정된다면 0.5장을 살리는 일이 쉽지 않을 듯하다. 두 대륙연맹을 묶어 5장으로 통합하는 게 모두에게 이익이 될 수 있단 얘기다.
2006년 호주가 AFC로 옮긴 뒤 OFC 1위는 이변이 없는 한 뉴질랜드가 계속 유지할 공산이 크다. 경쟁하는 나라가 뉴칼레도니아(FIFA 랭킹 122위), 타히티(141위), 솔로몬제도(171위) 등 약체인 까닭이다. 국제축구연맹(FIFA)은 이런 그들에게 만만한 상대와의 맞대결을 허용할 리 없다. 그래서 뉴질랜드는 현실적인 방향 전환을 꾀하고 있다. AFC와의 출전권 통합이다.
여기서 잠시 호주와 뉴질랜드의 월드컵 도전사를 살펴보자. 호주는 1962년 칠레 대회, 뉴질랜드는 1966년 잉글랜드 대회까지 예선에도 출전하지 않았다. 호주가 처음 도전장을 내민 대회는 1966년 월드컵 아시아·아프리카·오세아니아 예선이다. 당시 북한에 1대 6과 1대 3으로 져 탈락했다. 이 예선은 아프리카 예선에 나선 나라들과 한국이 기권하는 등 다소 어수선한 분위기에서 치러졌다. 경기를 치른 건 북한과 호주 둘뿐이었다.
첫 도전에서 쓴맛을 본 호주는 1970년 멕시코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 1라운드(서울운동장)에서 4승2무로 한국(1승2무1패)과 일본(2무2패)을 제치고 2라운드에 올랐다. 2라운드에서 그들은 로디지아(오늘날 짐바브웨)와 맞붙었다. 흑백 차별 정책 탓에 아프리카 예선에 나서지 못했던 로디지아를 FIFA가 엉뚱하게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에 배치시켰다. 그 무렵 UN 가입 문제 등으로 북한과 치열한 외교 경쟁을 벌이고 있던 한국으로선 아프리카 나라들과의 외교 문제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었다. 결국 로디지아의 입국을 거부했고, 호주와 로디지아의 2라운드 1조가 이뤄졌다. 어렵게 성사된 경기에서 호주는 세 차례 대결(1대 1, 0대 0, 3대 1) 끝에 승리를 거뒀다. 당시 2라운드 2조에선 이스라엘이 월드컵에 처음 얼굴을 내민 뉴질랜드를 4대 0과 2대 0으로 완파했다. 그 무렵 이스라엘은 AFC에서 활동하고 있었다. 복잡한 과정을 거쳐 최종 라운드에 오른 호주는 이스라엘에 0대 1과 1대 1로 밀려 본선 진출에 실패했다.
호주는 1973년 5월부터 11월까지 이스라엘, 일본, 북한, 이란, 말레이시아, 뉴질랜드 등 15개 나라가 출전한 가운데 6개월 동안 진행된 1974년 서독 월드컵 아시아·오세아니아 예선 최종전에서 한국과 맞붙었다. 1차전 홈경기(시드니)에서 0대 0으로 비긴 호주는 2차전 원정경기(서울운동장)에서 전반 김재한과 고재욱에게 연속 골을 내줬다. 그러나 전반 막판 추격 골을 넣었고, 후반 극적으로 동점 골을 터뜨렸다. 당시에는 요즘과 같은 원정 다득점 규정이 없었다. 제3지역에서 3차전을 치렀다. 홍콩으로 이동해 치른 경기에서 호주는 1대 0 승리를 거뒀다.
기쁨은 딱 거기까지였다. 그 뒤 호주는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우루과이를 제치고 나선 2006년 독일 대회까지 32년 동안 월드컵과 인연을 맺지 못했다. 1986년 멕시코 대회 대륙간 플레이오프에서 스코틀랜드에 밀리는 등 매번 아쉽게 눈물을 머금었다.
뉴질랜드는 1982년 스페인 대회 뒤 2010년 남아공 대회까지 28년 동안 월드컵 본선에 나서지 못했다. 1982년 대회에서 본선에 오른 건 예선에서의 선전 덕이었다. 1라운드에서 호주를 2대 0과 0대 0으로 잡아 조 1위를 차지했다. 한국이 3조에서 홈 텃세를 부린 쿠웨이트에 밀린 가운데 최종 라운드에 오른 나라는 쿠웨이트(4승1무1패), 뉴질랜드(2승3무1패), 중국(3승1무2패), 사우디아라비아(1무5패)였다.
뉴질랜드는 중국과 승점은 물론 골 득실차(+5)까지 같아 제3지역인 싱가포르에서 아시아·오세아니아 지역에 배정된 2장의 티켓 가운데 1장을 놓고 2위 결정전을 벌여 2대 1로 이겼다. 뉴질랜드는 다득점에서 11대 9로 앞섰으나 당시에는 이 규정이 없었다. 호주에 못지않은 가시밭길의 월드컵 본선 행이었다.
신명철 스포츠 칼럼니스트
이종길 기자 leemean@asiae.co.kr
<ⓒ투자가를 위한 경제콘텐츠 플랫폼, 아시아경제(www.asiae.co.kr) 무단전재 배포금지>